회장 연임·노조 추천 이사제 등 난항 예상

‘슈퍼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경우 22일부터 줄줄이 주총을 진행한다. 22일 신한금융지주, 23일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은행, 30일 NH농협금융지주 등이다. 그러나 주총 시즌 금융시장의 관심은 하나금융과 KB금융에 크게 쏠리는 형국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과 KB금융 노조의 추천 안건 통과 가능성이 최대 화두로 거론된다.

나머지 금융회사 주총은 대개 조용히 끝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선 박병대·김화남·최경록 후보를 사외이사 선임하는 안건이 올랐다. 우리은행 주총에선 배창식 예금보험공사 인재개발실장이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NH농협금융지주도 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3명을 교체하기로 한 상태다.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가능성은

23일 열리는 하나금융의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핵심안건이다. 당초 김 회장의 3연임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하고 당국과 하나금융의 힘겨루기가 재차 주목받으면서 연임안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당국의 견제에도 불구, 김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주총 보통의결 요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4분의 1 이상 참석, 참석 주식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다. 지난해 주총에선 전체 발행주식의 71.3%가 참석했고, 참석주주는 모든 의안에 대해 99%대 찬성표를 던졌다. 2006년 1회 주총부터 작년까지 의안이 부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나금융 1대 주주는 지분 9.64%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총 74.29% 가량의 지분을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 캐피털그룹, 프랭클린리소시스 등 외국계 회사들이 나눠갖고 있다. 김 회장의 연임 여부는 외국계 주주가 쥐고 있는 셈이다.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자문기구는 김 회장 이사선임 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김 회장의 3연임에 찬성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2005년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을 넘기는 등 경영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했다. 이 연구소는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인사비리에 대해 김 회장이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미 김 회장이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고 꼬집었다.

◇ KB 노조 추천 안건, 하나라도 통과될까

같은 날 열리는 KB금융 주총에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이 뜨거운 감자다. 사외이사에 정·관계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정관과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그룹사 대표이사 회장을 배제하는 정관 개정안, 노조 추천 사외이사인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선임 여부가 이번 주총에 달려 있다.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기구의 찬반도 나오고 있다. ISS는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건과 공직자·당원의 이사 선임 규제안에 대해 반대했다. 그러나 사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자는 안건은 찬성했다. ISS는 두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한 반면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제안건이 통과할 확률은 낮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추천위에 그룹사 대표이사 회장을 배제하는 정관은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진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우리도 주총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노조 추천 안건 중 통과 확률이 높아보이는 것은 대표이사 배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노조 제안건이 첫 번째로 통과되는 사례가 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작년 11월 열린 임시주총에선 노조가 주주제안한 이사선임과 정관변경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KB금융 지분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노조가 상정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찬성률은 이사선임건이 17.78%, 정관변경건이 7.6%에 머물렀다. 2009년 이후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지난해 임시주총이 유일했다. KB금융은 JP모건(6.65%) 등 외국계지분이 69.5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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