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익 2조1500억원…실적 성장세 '지속'

실적도 좋고, 성장성도 뚜렷한데 주가는 안 오르는 기업이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오너리스크'다. 상속과 탈세, 횡령 등 오너가(家)의 자살골이 나올 때마다 기업가치는 출렁인다.

대표 기업이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야구팀과 씨월드‧리조트‧불꽃놀이‧태양광 등 친근한 대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오너일가의 사건‧사고에 기업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다.

2007년 김승연 회장이 폭력조직원을 동원해 둘째 아들이 당한 폭행을 되갚아주겠다며 보복폭행을 한 사실은 아직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김 회장의 셋째아들 동선씨가 구설에 휘말렸다. 변호사들에게 막말하고 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왔다. 동선씨는 2010년에 호텔 안 술집에서 종업원과 몸싸움을 한 적이 있고, 지난해 1월에도 만취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적 있다.

각종 사건에 한화그룹의 주가는 4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17일 5만3000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전날 기준 4만1250원으로 더 떨어졌다. 

다만 오너리스크를 걷어내고 보면 한화기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화는 지난해 연결 기준 50조4044억원의 매출과 2조15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영업이익 2조원 이상 버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5조1384억원에 달한다.

매출 포트폴리오는 금융업 55%, 비금융업이 45%로 나름 균형적이다. 영업이익 성장률도 가파르다. 2015년 7584억원에서 2016년 1조6859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2조원을 웃돌았다.

실적 성장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진행했던 세무조사가 마무리되고, 한화건설의 손실 일부가 계약변경으로 환입되면서 한화의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는 여전히 저평가된 주식"이라며 "악재를 털어낸 만큼 올해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부채가 144조2302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900%를 웃돌지만, 금융사의 특징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이해가 된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사의 경우 고객이 맡긴 돈을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보험업의 경우 고객의 보험금도 부채로 봐야 한다. 실제 한화그룹의 부채 중 보험계약부채(90조2220억원)가 전체 부채의 62.5%를 차지한다.

한 회계사는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금융사를 종속회사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IFRS 영향으로 보험사의 부채비율이 대부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말 많고 탈도 많은 오너 일가가 있지만 기업만 바라보면 적극 매수를 권할 종목"이라며 "오너리스크만 없으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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