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법의 심판을 받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법률은 문외한이라 MB가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지는 가늠하지 못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상식에 합치될지 아니면 성난 목소리로 '유전무죄'를 내뱉게 될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래도 상식이라는 수준에서 봤을 때 이만큼 많은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의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79.5%, '전직 대통령이므로 예우해야 한다'는 응답은 15.3%로 조사됐습니다. 예우를 주장한 사람들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생각의 자유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우란 말에 대한 불편함은 숨기기가 어렵습니다. 예우는 국어사전에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우함'이라고 돼 있습니다. 

법이 정한 형벌을 어떻게 내리면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우했다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판사가 선고 전에 죄인에게 절을 하면 정중한 것인가요? 아니면 교도관이 아침마다 문안 인사를 하면 예의가 바른 것인가요? 예우와 형벌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란 말은 사실 특혜로 바꾸는 게 더 잘 어울립니다. 아마도 예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특혜를 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예우는 특혜와 엄연히 다릅니다. 대통령은 퇴임 후 연금과 비서관, 경호를 비롯해 각종 예우를 받습니다. 국가수반을 역임한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가 원로로써 국가에 기여하는데 필요한 편익 정도입니다. 

재판을 받고 형을 사는 것은 국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편익도 없는 게 당연합니다. 

더욱이 MB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벌인 일들을 돌이켜보면 특혜가 아니라 특벌(특히 더 엄격한 벌)을 내리라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MB 정권 때 금융권에는 소위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입니다. 이들은 금융당국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권세를 누렸습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권세가 소망교회, 고려대 등 MB와의 개인적 인연의 고리에 기반을 둔 짙은 친밀감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팔성 회장을 통해 드러난 사실을 보면 개인적 인연에 더해 거액의 돈이 만들어 준 자리였습니다. 이 회장은 MB 측에 22억원의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장 자신의 연임 로비를 포함해 민원청탁, 선거자금 등을 위해서였습니다. 

돈을 주고 자리를 산 최고경영자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합니다. 이 회장이 MB에게 건넨 돈의 대부분은 성동조선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동조선의 돈이 이 회장-MB에게 건너간 뒤 우리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는 성동조선에 천문학적 지원을 합니다. 

경영악화로 2011년 회계법인에서 '청산' 판정이 나왔지만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다른 회계법인에 다시 의뢰해 '존속'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사실상 청와대가 인사권을 갖는 국책은행입니다. 성동조선은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해 법정관리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2010년부터 성동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3조2000억원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한항공(시가총액 3조1251억원, 3월16일 종가 기준) 주식을 모두 사도 750억원이 남는 엄청난 돈입니다.(참고로 4대강 사업에 쓰였다는 22조원이 있으면 국내 주식시장에 있는 2000여개 기업 중 삼성전자를 포함한 14개를 빼고 다 살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을 사도 2조원이 남습니다.)

불과 2년 전 정부 주도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조선·해운업의 부실화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면서 밀어붙인 구조조정으로 관련 업종 종사자 수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은행은 관련 기업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생기면서 손실 처리를 했습니다. 

MB 당시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않고 뒷돈을 받아가면서 국민이 낸 세금과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쏟아부으면서 연명해 준 결과입니다. 이런 일에 4대 천왕 중 유독 이 회장만 관련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 모두 나와 가족, 친구들의 것입니다. 아주 작게 봤을 때 MB가 20억원을 챙기면서 나와 가족, 친구들은 항공회사 하나를 살 돈을 날렸습니다. 존속 가치가 낮은 기업의 연명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면 더 많은 복지혜택, 더 많은 이자로 내게 왔을 돈입니다. 성동조선 사례는 MB와 4대 천왕이 관련된 일 중 단 하나의 일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이란 권력을 이용해 내가 받아야 할 돈, 내가 받아야 할 혜택을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사람에게 죄를 묻지 않는 특혜를 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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