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 (PG)[연합뉴스] 사진합성

"미국인들은 리얼리티 TV쇼로 인기를 끌었던 트럼프가 '프레지던트'란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느낀다" 

조지타운대의 한 정치학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놓고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에도 특유의 쇼맨십을 드러내며 글로벌 무대에서 강한 미국의 위용을 뽐냈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마자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의 초청을 수락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관세폭탄을 투하하며 적국이나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며 이르면 5월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유연함을 자랑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이 '더 위대한 미국'이라는 테마에 딱 맞아 떨어지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표심을 확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과 같은 적국의 안보위협을 물리는 영웅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 글로벌 무역전쟁 포성…"관세폭탄, 중국·한국 더 큰 피해"

트럼프는 수입산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세계 무역전쟁의 포성을 올렸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이유로 일단은 유예됐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터키, 브라질 등은 서명후 15일이 되는 이달 23일부터 보복관세를 물게된다. 

문제는 교역국들의 잇단 보복관세다. 유럽연합(EU)은 35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땅콩버터와 오렌지 주스, 버번위스키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EU가 보복관세를 강행하면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받아쳤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해 "정당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의 미국 채권국인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 혹은 매각하고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에 공약한 보호무역 어젠다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로 피해를 입는 나라로부터의 또 다른 보복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의 이번 관세폭탄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10대 철강 수입국에도 들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규제를 피해 한국 등을 우회해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하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한국이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철강수입(지난해 1월~10월말 기준)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로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캐나다는 이번 관세에서 면제되면서 이대로 간다면 한국, 중국, 브라질이 더 큰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의 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안보라인은 북핵문제가 불거진 시점에서 미국과 한국은 물샐틈없는 공조를 해야 한다며 관세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라인은 한국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라인은 한국은 중국산 저가 철강을 대거 수입해 이를 재가공해 미국으로 수출, 미국에 저가의 철강이 범람하게 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트럼프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명에 앞서 '진정한 친구'에겐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로이터 통신에 여타 국가들에 대한 '대안적 방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안적 방법"을 거론한 백악관 관계자는 '그것이 자발적인 수출 제한을 포함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행정명령은 "유연하게 수정될 수 있다"고만 대답했다.

◇ "이르면 5월 김정은-트럼프 만남…현기증 날 정도 진전"

트럼프는 무역전쟁의 포성을 울렸지만 자국민들에게는 강한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역력했다. 그는 행정명령을 서명하는 자리에서 "강한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은 우리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철강이 없다면 국가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가 안보라는 측면에서 강하면서도 유연한 영웅의 이미지도 뽐냈다. 고관세부과 명령을 내린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하며 이르면 5월에도 만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건넸다. 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며 5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열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고 확인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고대하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모든 제재와 최대한의 압박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된다. 하지만, 한미군사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김 위원장의 트럼프 방북 요청에 대해 "전쟁 위협을 교환하던 두 명의 의지가 강한, 그리고 특이한 지도자를 만나게 할 대담한 외교적 제의"라고 평가했다. 북한 전문가들 역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기증 날 정도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과거에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 급속대로 진전돼 현기증이 날 정도"라며 "북한 비핵화 문제는 결국 실무자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북미간 최고정책결정자들이 만난다는 건 현실적인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약속되는 상황은 한반도 정세가 완전히 한단계 진전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역사적이고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를 최고지도자간에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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