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 14.3%..3년 만에 두 배로 치솟아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소위 '장기 백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사정이 수년간 악화를 거듭하면서 실업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4만7000명으로 전년(13만3000 명)보다 1만4000명(10.5%)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8만명)나 외환위기(2000년·13만8000명) 때보다도 많다.

전체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도 14.3%를 기록, 2000년(14.1%)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을 17년 만에 다시 썼다. 2014년 7.5%였던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2015년 10.0%, 2016년 13.1%를 기록하며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장기 백수 비중은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0년대 초반 두 자릿수까지 오른 뒤 2010년 7.0%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장기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진행 중인 고용 한파가 수년간 잦아질 기미 없이 계속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2014년 9.0%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9.9%까지 상승하면서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장기 백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를 웃도는 것도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실업자가 누적된 상황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장기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장기 실업자 중 상당수가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장기 실업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 경제의 성장이 반도체 등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문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새 정부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졸업·채용 시즌으로 청년 고용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일자리사업 조기 집행,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고용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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