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계좌 금지·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극약 처방을 내놨다. 특별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재부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상화폐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고 범정부 대책 후속조치를 금융권에 전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가상통화 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본래 아파트 관리비나 대학 등록금 등 제한된 목적의 집금 효율성을 위해 고안된 은행의 가상계좌서비스가 가상화폐 거래의 매매계정(trading account)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하고 실명확인 조치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 등이 거래고객을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 성격이다. 개별 가상계좌의 발급·관리를 은행이 아닌 기업이 하므로 일반 은행계좌와 달리 실명확인이 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은행권에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 신규 제공을 즉시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실명확인시스템을 조속히 개발해 현재 가상계좌서비스 이용자를 이 시스템으로 계좌이전시키도록 했다. 이는 결국 본인이 확인된 거래자의 은행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는 은행권 공동으로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지급결제서비스 운영현황에 대해 전면 점검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점검 결과 본인 확인이나 미성년자·외국인 거래 금지 등 정부 대책을 따르지 않는 불건전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해서는 지급결제서비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이야기도 나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요건 미달 시 폐쇄 안이냐, 아예 (전체)거래소 폐쇄안이냐’는 질문에 “두 가지 사항이 다 포함된다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검토하고 있고,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행위 자체에 어떠한 규율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검토 소식에 업계와 이용자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자율규제안에 따라 본인명의 계좌 입·출금 서비스 개발을 끝내고 문제없이 진행하려 했는데 (이 같은 정책 발표가) 갑작스럽다”면서 “혼란스러워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그간 나온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 같다”며 “미국과 일본은 가상화폐 제도화에 나서는 시점에서 한국만 이와 반대로 강압 규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신규계좌 발급 중단 조치에 우선 몸을 숙이는 모양새다. 이미 이달 중순 산업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했던 가상계좌를 폐쇄한다고 밝혔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도 가상계좌 신규발급 중단 결정을 내렸다. 본인 계좌 입·출금 시스템을 갖춰 추가개설 중단 의사가 없다던 NH농협은행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용자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znfh****’는 “(정부는) 투자자 보호한다는 명분을 자꾸 내세우고 있지만 투자자 정신 나가게 만드는 것은 정작 정부”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아이디 ‘News*****’은 “우리나라 관료 공무원들 할 줄 아는 게 금지, 규제(뿐이다.) 블록체인 신기술을 선도할 기회인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내년 1월 중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하고 취급업자 식별 절차를 마련하며 다수와 거액 거래 등 의심거래를 충실히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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