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새로운 회계 기준인 K-IFRS 제1115호(IFRS 15)가 도입된다. IFRS 15는 회계처리에서 실무적 다양성을 제거, 기업·산업·국가·자본시장 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수익인식에 대한 광범위한 주석 공시를 제공해 정보이용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핵심은 고객에게 약속한 재화나 용역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받을 권리가 예상되는 금액으로 수익을 인식하는 것이다. 즉 거래 유형별로 다른 수익기준을 적용했던 이전과 달리 모든 계약에 단일 기준서를 적용해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준이다.

문제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도입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점이다. 수익산정기준의 변화가 실제 실적에 변화를 주는 요인은 아니지만, 회계장부상 변화가 불가피해 달라진 수익기준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은 수익인식 시기가 달라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IFRS 15를 보수적으로 적용하면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마무리 시점까지 수익을 인식하지 못해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모두 부채로 잡힐 수 있어서다. 이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비즈니스플러스는 새롭게 도입된 수익기준인 IFRS 15 적용 사례와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새로운 수익회계기준서는 모든 산업과 유형의 고객과 계약에 적용되므로 그 영향 역시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행 기준과 차이부터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IFRS 15의 수익인식 기준은 5단계로 이뤄진다. △고객과 계약식별 △수행의무 식별 △거래가격 산정 △거래가격 배분 △수익인식이다.

이 중 민감한 부분이 마지막 단계인 수익인식이다. 수익인식 조건은 기업이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자산)을 이전해 수행의무를 이행할 때다. 시기는 자산을 고객이 통제할 때다.

현행에서는 기간에 걸쳐 수익을 인식했다. 하지만 IFRS 15에서는 계약, 용역제공, 재화판매 등 거래 유형에 따라 수익인식 방법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수익인식의 회계단위를 결정하는 핵심개념인데 현행은 복수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거래를 개별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누고 각 부분에 대해 수익인식 기준을 별도로 적용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계약 전체가 아닌 개별요소별로 수익이 인식된다.

예를 들어 재화의 판매에 부수되는 의무나 관행적으로 제공해 온 무상 서비스는 별도 수행의무에 해당된다. 이 경우 별도로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

또 특정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산이 완벽히 고객에게 넘어간 후에 한 번에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기간에 걸쳐 수익을 인식하기 위한 공통 요건은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객은 기업이 수행하는 대로 기업의 수행에서 제공하는 효익을 동시에 얻고 소비하는 것이다. 다른 하는 기업이 자산을 만들거나 가치를 높이는 대로 고객이 그 자산을 통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기업이 수행해 만든 자산이 기업에 대체용도가 없고 지금까지 수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해 집행 가능한 지급청구권을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계약금을 지급하고 준공 후에 잔금을 치르는 선분양 형태의 아파트 사업에서 기업은 건설을 완료할 때까지 계약금에 대한 권리만 있고 진행 중인 공사분에 대한 지급청구권이 없다. 따라서 이는 기간에 걸쳐 이행하는 수행의무가 아니다. 대신 기업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시점에 이행하는 수행의무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지급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는 회계처리가 달라진다. 같은 상황에서 고객이 환불되지 않는 계약금을 지급하고, 건설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성금을 지급하는 조건. 그리고 기업이 다른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 조건이 있으면 지급청구권이 인정된다.

공시항목도 세분화된다. △수익구분 △계약잔액 △수행의무 △유의적 판단 △계약체결원가 및 계약이행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수익구분은 고객과 계약에서 인식한 수익을 재화·용역의 유형, 시장·고객의 유형, 계약 유형, 국가나 지역 등 범주별로 구분해 표기해야 한다.

계약잔액은 수취채권·계약자산·계약부채의 기초잔액과 기말잔액으로 구분해 표기한다. 수행의무의 이행시기와 일반적인 지급시기에 대한 설명, 계약자산·부채 잔액의 유의적 변동도 공개해야 한다. 수행의무에는 일반적인 이행 시기, 유의적 지급조건, 이전을 약속한 재화용역의 특성, 반품·환불·보증 등의 의무, 이행되지 않은 수행의무에 배분된 거래가격과 예상 수익인식시기가 담긴다.

유의적 판단 항목에는 수행의무 이행시기, 거래가격과 배분금액 결정 요인, 진행률 측정법과 선택 이유, 거래가격 산정·변동대가 추정치 제약 여부, 거래가격 배분과 반환의무 등 측정에 사용한 방법, 투입변수로 이뤄진다.

계약체결원가 및 계약이행원가는 해당 원가 산정 시 내린 판단, 상각금액 산정에 사용한 방법, 인식한 자산의 범주별 잔액, 기간 중 인식한 상각금액과 손상차손 금액을 표기해야 한다.

◇IFRS 15 산업별 영향은

IFRS 15 도입이 추진되면서 가장 이목을 끈 업종은 건설이다. 자체분양공사와 도급공사에 진행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한 번에 수익을 인식할 경우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막대한 부채가 발생해 지금과 같이 주택사업이 활발할 경우 자산건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EPC 사업 역시 계약, 설계, 시공 등을 각각의 수행의무로 봐야 할지 판단이 요구된다. 품질보증 역시 초과 보증 기간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별도의 수행의무로 구별해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선박건조계약 특성상 헤비테일 방식이 많은데 이를 진행기준 수익으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장부상 부채가 급증하게 된다. 또 건조공정과 대가를 지급하는 시점 간의 차이로 유의적인 금융요소가 존재할 경우 이를 거래가격에 산정해야 해 셈법이 복잡해진다.

제조업은 진행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하고 있는 주문제작 장비 등이 문제가 된다. 화물운송업은 선적·하역 관련 지연 배상금을 변동대가 추정치의 계약 규정을 고려해 거래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통신업은 결합상품계약이 문제다. 단말 할부금을 일시에 매출로 잡았지만 내년부터는 약정기간에 따라 분할 인식해야 한다. 이는 회계상 매출 감소 요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기준 변경은 당기순이익, 법인세 산정, 부가가치세 등에 영향을 준다"며 "회계처리 시 현행과 같이 진행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수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고, 현행보다 훨씬 상세한 정보를 공시해야 해 회계기준 위반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FRS 15 기준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아파트 자체사업과 조선 시추설비"라며 "자체사업은 지급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시추설비는 계약서상 지급청구권 규정이 일반 상선대비 미비해 진행기준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인도기준을 적용하면 완공/인도 전, 2~3년의 건설/건조기간 동안 부채비율의 일시적 급등과 손익 하락,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춘호 회계기준연구원 연구원도 "IFRS 15는 재무·세무·영업·인사 등 기업의 여러 업무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의 도입준비 사례에서는 계약서에 기술된 약정의 내용이 단순하지 않아 많은 기업이 이를 IFRS 15의 맥락에서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수익인식 방법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 내용과 영업 관행의 변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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