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생보협회 총회서 차기 회장 선임 예정

신용길 KB생명 사장이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에 내정됐다. 생보협회 회장추천위원회는 30일 오전 2차 회의에서 신 사장을 34대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대형사 출신이 주로 맡아온 협회장을 중소형사 출신이 맡는 것은 처음이다.

회추위는 “생명보험산업이 당면한 제도 변화와 고령화·4차 산업혁명, 소비자 신뢰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다수의 후보자의 전문성, 회원사와의 소통 능력 등을 검증하고 신 사장을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생보협회장을 맡을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먼저 새 회장을 선임한 손해보험협회가 장관급 금융감독위원장 출신 김용덕 회장을 선출하고, 새 정부의 관(官)과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생보사의 자산 규모는 813조원 수준으로 264조원 규모인 손보사보다 네 배 가까이 된다. 생보협회장에 손보협회장보다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 와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까지 형성됐던 까닭이다.

그러나 올드보이 관피아 논란이 제기되고 금융당국에서도 부정적 사인을 내비치며 민간 출신으로 다시 분위기가 쏠렸다.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융권 협회장 선출 관련 발언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장 인선의 여파도 컸다. 은행협회장은 당초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경제 관료들의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거물급 올드보이 세평을 완전히 뒤집으며 유력 후보로 꼽히지 않던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금융협회장에 민·관 출신이 번갈아 선임되자 업계에서는 민간에서 수장울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새어나왔다. 손보협회장처럼 거물급 인사가 아닐 바에야 은행연합회처럼 민간에서 수장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불거져서다. 이에 따라 제3의 민간 출신 ‘깜짝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의 예상은 옳았다. ‘OB(올드보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등에 대한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현직에 재직 중이면서 민간 출신인 신 사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된 신용길 KB생명 사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1952년 충남 천안 태생인 신 사장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재무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보생명 출신의 정통 보험맨이다.

교보생명에서 경영기획, 자산운용본부장, 법인고객본부장, 교보자동차보험 사장 , 교보생명 부사장을 두루 거쳤다. 2008년부터 5년간 교보새영 사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 KB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신 사장은 “대형사는 물론이고 중소형사, 외국계 보험사 CEO들과 ‘협회장이 너무 자주 보자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각 사별로 특수한 사정이 있을 것이고, 이를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다음달 7일 총회에서 신 사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추대하는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변이 없는 한 협회장 선임이 유력하다. 이수창 현 회장의 임기는 내달 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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