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공포감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형 자연재해 발생 시 도로, 철도, 학교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안전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안일한 인식이 SOC 관리 소홀로 이어져 온 것은 아닌가 의혹이 커져서다.

실제로 중요시설인 도로, 철도, 댐, 수문 등의 경우 내진율이 90%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학교, 의료시설, 공공업무시설, 노유자시설 등은 심각한 상태다. 학교는 총 4만6918동 중 17.1%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하고 있었고 공공업무시설은 4만2211동 중 7.1%, 노유자시설은 4만4755동 중 13.1%만이 지진에 대비한 설계가 갖춰져 있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의료시설(6423동)의 내진확보율은 43.4%다.

도시가스배관, 가스저장탱크 등 가스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스배관 총연장 4만7759㎞ 중 47.7%가 내진설계 기준에 맞는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했고 저장탱크 5691개소 중 30.7%도 내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인프라 시설은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지하철의 경우 평균 사용년수가 18.8년으로 철도안전법상 기대수명인 25년~30년에 근접했다. 교량·터널 등 철도시설물도 2만1865개소 중 20년 이상된 곳이 64.1%, 30년 이상은 58%에 달한다. 도로의 경우 60.1%가 내구연한을 초과했고 댐은 62%가 노후시설물이다. 상수도 관로는 2030년 기준 30년 이상 된 노후관로가 49.1%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발생이 잦아진 싱크홀 역시 대부분 노후화된 수도관 파열 등이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삭감이 예정된 SOC가 내년 예산안 심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해 대비 20%의 SOC 예산 감축 계획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포항지진 이후 지진피해 대책 마련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예상 증액은 몰라도 전면적인 검토는 필요해 보인다. 당장 'SOC 안전관리본부'만 해도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이름만 있고 조직은 없는 채로 방치돼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는 예측도 피할 수도 없다. 그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또 대비하는 것만이 대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후약방문' 같은 반짝 대책이 아닌 믿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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