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조사가 지난 주말 마무리됐습니다. 공사중단이든 공사재개든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시민참여단의 熟議(숙의) 결과만 남았습니다.

"시민참여단이 문제의 핵심을 잘 짚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질문 수준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분들이 진지하게 숙의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받아들이는 게 맞을것 같습니다."(건설재개측 임채영 박사)

"워낙 무겁고 엄중한 주제이다 보니 공론화위가 양측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 기계적 중립성을 택했다. 깊이 있는 토론을 하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하지만 대체로 공정하게 진행됐다."(건설중단측 윤순진 교수)

지난 주말 마지막 토론회에는 478명 가운데 471명이 참석했습니다. 시민참여단의 뜨거운 관심이 반영됐다는 평가입니다. 

공론조사 전문가인 소네 야스노리 일본 게이오대 정책.미디어연구과 교수는 "한국 시민들의 참여의욕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네 교수는 "신고리공론조사는 일본의 경우보다 규모가 큰 것이 두드러진다. 이 결과를 정책 결정에 능숙하게 활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연합뉴스 인터뷰)

시민참여단은 이번 '공론조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전국 단위 '숙의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한 것을 영광"이라고 했습니다.

윤경용 편집국장

그동안 대형 국책사업의 진행여부를 시민참여 공론조사라는 방식에 맡긴 사례는 없었습니다. 정부가 공론조사에 따르겠다고 할 때부터 사회적 갈등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마추어(시민참여단)한테 국가적 사업의 운명을 맡겨도 되냐는 비판이 어어졌습니다.

필자 역시, 시민참여단이 과연 무거운 주제인 탈원전을 잘 소화해내고 올바른 결정으로 할 수있을까?란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이미 공정이 진행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기하는 방법이 낫다는 개인적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참여단의 어떤 결정도 받아들여 한다고 봅니다. 이들은 최소한 필자보다 더 많은 정보와 고민을 통해 숙의한 결론을 내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참여한 것을 영광'이라고 이들이 말했듯이 국가사업이 이런 절차로 진행된 첫 사례가 갖는 의미가 큽니다.

토론을 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숙의 민주주의'의 첫 실험이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는 기다려봐야 겠죠. 다만 결론보다 더 참신하고 중요한 점은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시켜 합의를 이끌어내는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능력을 봤다는 점 입니다.

공사재개측도 중단측도 공론화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습니다. 벌써부터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든 갈등의 시작'이라는 시각은 옳지 않습니다. 그 동안의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질없는 시간낭비가 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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