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질주가 거침없다. 반도체 시장 양대산맥인 두 기업이 업황 호조의 수혜를 독차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견조한 실적 흐름의 중심은 D램인데 호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D램의 공급이 연간 19.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LG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신제품을 출시한 데 반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제조업체들은 내년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아서다. 당장 삼성전자는 노트8, 애플은 아이폰X, 화웨이 메이트10, LG전자 V30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기에 D램 약세의 주원인이었던 중화권 중저가 메이커들도 얼굴인식 등 첨단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출시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스마트폰의 메모리 저장공간 증가와 서버·데이터 센터 시장의 탄탄한 수요는 내년도 D램의 전체적인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D램 풍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다만 D램 생산능력의 자연 감소분을 보완하기 위해 양사는 올해 말 기준 생산능력의 10%에 해당하는 보완적 시설투자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모바일D램의 수요변화가 기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결국 공급 부족 지속은 D램 가격 상승을 유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3분기 실적은 양사 모두 직전 분기를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3·4분기 실적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26.7%에 달한다. 연초 대비 2.5%포인트나 올랐다. 22일 주가도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267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8만42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도시바가 베인 캐피탈 컨소시엄과 도시바 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대효과를 얻고 있다. 베인 케피탈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 호야 등 다수 업체가 참여했다.
다만 도시바의 매각 조건이 까다로워 향후 협상 여부에 득실이 달려있다. 도시바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100%를 한·미·일 특수법인 판게아에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여기에 투자한 일본 기업(도시바 포함)이 의결권 50% 이상을 확보하고 미국 기업은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SK하이닉스는 단순 투자로 지분이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도시바 메모리를 거래처로 두고 있다. 따라서 계약 체결 후 내년 낸드 설비 투자 규모와 생산량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실익이 적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와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며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컨소시엄에 포함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실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