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제공: 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밤잠 설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다. 북한 건국기념일인 9일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루머가 돌 정도다.

불면의 밤을 보내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한 게 점심쯤이었으니 한밤중이었을 미국에서 그가 단잠을 잤을 리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심야 통화로 대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핵 도발 이후 수면 부족에 따른 스트레스가 두 정상의 대북 강경 대응을 자극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단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치면 트럼프나 아베는 시 주석에 비할 게 못 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때문에 세상에서 머리가 가장 복잡한 사람을 하나 꼽으라면 트럼프나 아베, 문재인 대통령도 아닌 시 주석일 게다.

북한은 미국과 겨루는 세계 양강(G2)을 넘어 '넘버1'로 부상하려는 시 주석의 야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제는 중국의 'G2' 위상조차 위태로워 보인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미국의 단독 군사타격 가능성이 부쩍 더 거론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걸 보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쏴 시 주석의 체면을 구겼다.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난 3일은 중국 샤먼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날이었다. 시 주석은 당시 개막 연설을 앞두고 있었는데 북한은 핵실험으로 북중 접경지역 일대를 뒤흔들었다. 중국이 최대 정치행사인 제19차 당대회(10월 18일)를 앞두고 성대하게 마련한 외교행사에 말 그대로 재를 뿌린 셈이다.

북한은 지난 5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평안남도 북창에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을 시험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대대적으로 공개한 영상이 압권이었다. 북극성-2형에 탑재한 카메라로 미사일이 지상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카메라가 중국 내 지형을 끝없이 비추고 있었으며 특히 마지막 영상은 카메라의 초점을 일부러 베이징 상공으로 옮겨 찍은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중국 전역이 핵미사일 사정권에 든다고 위협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건 미국 본토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정확히 타격하기에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다만 북한과 가까운 베이징이나 상하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에도 화를 내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지도부 개편과 함께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분수령이 될 당대회를 앞두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1기 체제 5년간 이룬 업적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도발 빈도를 부쩍 높인 것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이 머뭇거리며 미국의 공세를 막아주는 동안 핵 프로그램 완료 시점을 앞당길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국 외교'를 추구하는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순 없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북핵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려면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선을 끊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대북 원유 공급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북한의 폭주를 막아 미국에 군사대응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원유 금수 조치에 동참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유 공급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북 원유 금수는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장에서 중국의 마지막 패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와 관련해 중국이 전면적인 대북 원유 금수는 아니라도 단계적인 공급 축소에는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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