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구조조정·신사업 진출 등 ‘올스톱’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악영향 클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기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고 이후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가 선고 결과에 따라 경영 정상화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느냐의 갈림길에 선다는 점에서 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소송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원고나 피고 측 항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 한 삼성으로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고,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특검이 항소할 게 뻔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더 길어질 수 있다.

특검법에서는 1심 재판을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6개월이나 걸렸다.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공백 속에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금융·물산 등 주요 계열사까지 구심점 없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다.

우선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모두 중단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뛰어다니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등은 기존 투자 계획과 이를 확대하는 작업 이외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평택 반도체 단지 추가 투자를 결정짓긴 했지만 이 역시 시점이 예정보다 늦어졌다”며 “그나마 반도체 투자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 온 정형화된 의사결정인 데다 추가로 필요한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원격으로라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과 IT업계는 타 산업에 비해 변화가 많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오너의 공백은 경쟁자인 해외 기업들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TV 등 가전에서는 미국·일본·유럽에 이어 중국의 추격을 받으며 무한 경쟁에 내몰린 지 오래다. 초격차기술로 압도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언제까지 경쟁적 우위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하만 이래로 이렇다 할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여러 곳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경영 공백 이후 사실상 모든 M&A를 뒤로 미뤘다.

반도체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인텔이 최근 이스라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인텔은 이 외에도 수년 전부터 AI 기술 업체 사프론, 모비디우스, 너바나 등을 인수한 바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도 지난 2012년부터 대략 200개 이상 AI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올 1분기만 해도 30여차례 M&A가 진행됐다.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AI를 비롯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M&A를 준비했지만 모두 전면 보류됐다”면서 “글로벌 IT 기업이 초대형 M&A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뒤처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재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아울러 삼성그룹 전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상황이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악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모럴해저드 등 기업 윤리를 중시하는 선진 시장에서 제품 수출과 프로젝트 입찰, 현지 기업 M&A 등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글로벌 파급효과가 커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적용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 시 그 악영향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해외부패방지법과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각종 불이익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대 기업들이 이슈화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여 삼성으로서는 더욱 답답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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