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이다. 사실은 1973년 뉴욕 메츠 감독을 맡았을 때 최하위로 떨어진 팀의 사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결국 그 해 리그 1위를 기록한 뒤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최근 재계는 이 야구계 격언을 되뇌일 법 하다. 다만 포기하지 말라는 원래 취지가 아닌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재에 대한 탄식으로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재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줄줄이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로 기소됐다. 1심 선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비할 데 없이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재계 서열 5위인 신동빈 롯데 회장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열 3위인 SK의 최태원 회장은 법정 문턱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

국정농단 관련 재계 수사는 이 정도로 마무리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10월께부터 수사 광풍이 다시 한 번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10월 '빅뱅설'이다.

근거는 이렇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일은 오는 10월 17일이다. 앞으로 3개월 남짓 남았다. 검찰은 물론 재판부도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에 1심 선고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선고가 지연돼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결 내용에 따른 논란도 예상된다. 무죄로 결론 날 경우 촛불민심이 격분할 수 있다.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양형 등이 국민적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중형이 선고된다면 태극기집회로 대표되는 보수층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국면 전환용 카드가 절실하다.

검찰 내부 사정도 10월 빅뱅설에 무게를 더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에 이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검사장 등 고위급 인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수뇌부 진용이 새롭게 갖춰지면 한편으로 검찰개혁 논의에 대응해 나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재계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려면 적어도 1~2개월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수사 대상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로 꼽은 면세점 비리와 방산 비리 연루 기업이 철퇴를 맞을 수 있다. 2015년 면세점 대전 당시 관세청이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난 한화와 두산, 강도 높은 경영비리 수사에 직면한 한국항공우주(KAI) 등이다.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너 일가의 비리가 확인된 H사, 회계 비리 의혹이 있는 건설업계 B사 등이 거론된다. 검찰이 4대 그룹 회계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4대 그룹 중 한 곳은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재계도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판을 읽기 위해 안테나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정농단이 횡행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정격유착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찍혀 사정 칼날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기업인들의 '고난의 행군'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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