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구리다. 당장 퇴치하고 싶다. 이들이 입을 열면 물큰물큰 구린내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황당한 막말이나 어이없는 억지주장으로 드러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불행마저 조롱하고, 폄훼하며, 왜곡하기 바쁘다. 분열의 언어로 무장해 편을 가르는 데 매우 능숙하다. 정치를 업으로 하며 먹고 산다고 하면서 진짜 ‘정치’를 하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다.

세월호를 인양하면 사람들 다친다며 유가족들에게 “자식을 가슴에 묻으라”고 했던 자도 있고, 심지어 고인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했던 자도 있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동네 아줌마들”이라 칭하며 “미친 X들”이라고 욕을 해댄 자도 있다.

본인의 말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백성들의 몸과 마음을 편히 하는 것이 정치라는데 이들은 오히려 화를 돋우고, 아픔을 키운다. 이게 정치를 업으로 삼아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할 짓인가. 그러면서 입만 열면 ‘국민 타령’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이 원한다면” 등등 도무지 어느 나라 국민을 말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건 아니다. 더이상 그리 해서는 아니 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저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아니 된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는 건 정치의 기본이다.

이런 부류의 정치인들이 업계의 ‘꾼’으로 존재하게 된 배경에는 무지와 맹신으로 무장한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 상식이나 원칙, 합리적 사고 등은 끼어들 틈이 없다. 오카다 다카시의 저서 ‘심리조작의 비밀’을 인용하자면 세뇌와 암시, 선동 등에 길들여진, 이성적 사고가 결여된 맹목적 추종자들이다. 이들이 있으니 막말이 뒤섞인 아무 말이나 해도 살아남는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우리 정치권에서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의 탈을 쓰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자들이 오히려 관심을 받고, 권세를 얻는 해괴한 관행이 생겨났다.

그 기원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난 10년간 이른바 ‘보수정권’이 통치하던 시기에 이런 못된 정치꾼들의 득세가 더 극심해졌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힘없는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일삼았다.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 보호의 최일선에 있어야 할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이 각종 조작과 음모로 국민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넣었다. 그러자 우리가 피 흘리며 지켰던 고결한 가치들, 그러니까 민주주의, 헌법정신, 이타심 등이 쥐가 갉아먹는 것처럼 서서히 멸실돼 갔다. 슬금슬금 뒷걸음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마음 속 도덕성의 수위는 점점 낮아져서 “그 정도만 해도” “그 수준만 돼도”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명명백백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구렁이 담 넘듯’ 망각의 저편으로 띄워 보냈다. 이제는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듯싶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위일체(四位一體)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 그런 인물을 뽑아주는 유권자들, 배려와 양보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빌붙어 먹고 사는 정치·자본·언론권력. 이런 마당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최근 며칠 새 청와대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권의 문서들이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문서들에는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담겨 있다. 일례로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금지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박근혜 청와대에서는 고작 한다는 일이 이런 것이었다. 한 개인의 창작물을 어떻게든 파괴하려고 작당하는 일. 국민이 가진 불가침의 권리 가운데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 국민들이 주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한 일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열린 캐비닛에 대한 제1야당의 반응이다. 이들은 현 청와대가 문서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을 두고 “정치보복쇼”라고 힐난하고 나섰다. 도무지 ‘반성’이라고는, 아니 반성의 기미라고는 볼 수 없는, 생트집이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들을 탄압하는 데 썼던 정권인데 이를 단죄하지 않고 이대로 캐비닛을 닫으란 말인가.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 그리고 역사를 다시 배워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친일파 척결 실패의 교훈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방산비리 척결’을 시작으로 적폐 청산의 시작을 알렸다. 사람이 바뀌어야 모든 게 바뀐다. 적폐의 시작도 사람이고, 끝도 사람이다. 지방선거가 1년, 국회의원 선거가 아직도 3년 가까이 남았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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