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1%..전년比 7%포인트 감소

보험 가격을 시장 자율에 맡겨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보험료 자율화’ 정책이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현행 35% 인상폭 제한을 2015년 수준인 25%로 줄이고 건강보험을 강화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손보험료에 이어 자동차보험료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보험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하에 대한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발표했다. 올해까지만 적용 예정이었던 보험료 조정폭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강화해 보험사들이 얻는 반사이익을 환수한다는 게 골자다. 1조5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반사이익 추징액은 기존 실손보험료 인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법안 추진에 보험업계는 울상이다. 그동안 실손보험료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표준화와 과잉 진료에 대한 대책은 없이 정부가 보험료 인하만 강제해서다. 보험료 자율화 조치를 2년도 안 돼 폐지하면서 실손보험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번복된다는 논란 또한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과잉진료로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다. 보험금이 새는 곳부터 막아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가격부터 내리자는 식”이라면서 “국정위가 선거 공약인 보험료 인하 때문에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보험사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는 보건복지부가 가격과 수요,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범위를 확정한다. 건강보험이나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기준도 없고 가격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진료라도 진료비가 최대 7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수가를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지급보험금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그 비중도 2012년 67.2%에서 2014년 68.6%로 계속 증가하는 추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또 다른 국민 필수보험인 자동차보험료까지 통제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손해보험사의 보험 가입 거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담합 여부에 대해 공정위 조사를 시사했다. 손보사들은 사고가 잦은 운전자의 보험계약 가입을 거절한 뒤 여러 보험사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인수를 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건수(개인용·업무용·영업용·이륜차 포함)는 2013년 4만6934건에서 2015년 25만2750건으로 5.4배 급증했다. 공정위는 다만 지난해 2월에도 손보사 상위사를 중심으로 보험료 담합 조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에서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손보사들은 이런 요구를 거부할 만한 마땅한 명분도 없는 까닭에 속앓이 중이다. 2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1%로 지난해 말의 88%보다 7%포인트 줄었다.

업계 빅3 중 삼성화재는 76.4%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4.5%포인트 줄어 업계에서 가장 낮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동부화재, 현대해상은 각각 77.5%, 77.8%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4.1%포인트, 4%포인트 감소했다. 손해율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손보사는 MG손해보험으로 79.3%를 기록해 지난해 말의 96.8%보다 17.5%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면서 손보사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업계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0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2억원(32.8%) 늘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손익이 1490억원 증가했다. 보험사의 매출을 의미하는 수입보험료의 증가율은 7.5%를 기록해서 전체 상품 수입보험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자동차 운행량이 줄어서 손해율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외제차 가입자의 사고 발생 시 국산차로 렌트해주도록 제도가 개선된 이후 손해율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합산비율을 따지면 아직은 인하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1분기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합산 비율은 삼성화재 95.1%, 동부화재 96.9%, 현대해상 97.6%, KB손해보험 100.8%였다. 당시 보험료 인하 여론이 일자 손보사는 그동안 합산비율이 100%가 넘어 적자가 누적돼 올해 1분기 흑자 전환 한 번으로 보험료를 낮출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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