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미스터피자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첫 수사 건이다.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사주인 정우현 전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광고비의 90%를 가맹점에 전가하고 탈퇴한 가맹점주의 점포 인근에 직영점을 내 보복 영업을 한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미스터피자 방배동 본사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28일에는 최병민 대표를 소환했다. 정 전 회장 소환도 임박했다는 전언이다.

수사를 맡은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공조부)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부서다. 이에 대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부응하는 '코드 맞추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벌이 아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첫 과녁으로 삼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문 대통령이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대기업 횡포를 근절하고 가맹점·대리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실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공정위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비비큐(BBQ)를 상대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비비큐는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올린 치킨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낮추며 백기투항했다.

검찰의 미스터피자 수사는 정부 기조에 화답하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노림수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예정된 상황에서 검찰 스스로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특히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수사권 조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할 지 여부만 판단하게 된다. 

검찰 내 수사 부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재벌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온 특수부와 공안부, 첨단범죄수사부 등은 밥그릇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적극 육성 중인 부서가 미스터피자 수사를 담당하는 공조부다. 원래 공조부는 공정위가 조사한 뒤 고발한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를 해왔다.

하지만 미스터피자 건은 공정위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가 본사의 횡포에 못 이겨 자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수사를 준비해 왔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건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제 폐지를 검토 중이다. 김상조 위원장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갑질 행위를 인지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고발하라는 취지이지만 검찰 역시 수사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뺏길 건 뺏기더라도 공조부 등 다른 분야에서의 수사력을 과시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미스터피자 수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국내 피자업계 1위인 미스터피자를 설립한 전 회장은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회자됐다. 

경남 하동의 산골에서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갖은 고생을 하다 동대문에서 섬유 도매업으로 큰 부(富)를 일군 뒤 피자업에 진출해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이같은 인생 스토리에 힘입어 정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출간한 저서 '나는 꾼이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 전 회장이 가맹점에 자신의 책을 수십권씩 강매한 덕분이었다는 게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코드 맞추기와 활로 모색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검찰. 이 시대 진정한 '갑질꾼'으로 드러난 정 전 회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