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으로 낮아져 연초 대비 국제유가는 약 20%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 및 주가 상승 방향과는 엇갈리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유가 행보가 경기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최근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외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개선세가 본격화했다. 당시 국제 유가의 50달러대 회복과 맞물리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유가 조정 흐름이 향후 수출 경기에 영향을 주게 될지도 주목 대상이다.

유가 하락은 주요 배경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낙관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으로 결과가 달리 도출될 수 있다.

우선 유가 하락의 주된 원인이 공급측 요인에 의한 것으로 인식될 경우를 보자. 낮아진 유가는 에너지 관련 지출 비용 축소를 통해 원유 소비국의 경기 회복과 소비 활성화 및 기업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저유가는 물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반면, 유가 하락이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글로벌 경기의 척도로 평가되면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폭 확대 및 하락세 장기화 시에는 자원 보유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유가 급락과 관련한 시장의 평가를 살펴보면 미국 내 셰일 오일 생산 증가, 기대보다 약한 미국 드라이빙 시즌 수요와 미국 재고 증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증산, 투기적 원유 수요의 감소 등 다양한 공급 및 수요 요인들이 혼재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을 중심으로 감산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산합의에서 제외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이 증가한 점과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을 상징하는 시추공(rig) 가동건수가 증가한 점 등이 유가 하락폭 확대를 초래한 주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셰일오일 시추공 수는 이전 고점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동기 수준 대비 최근 100% 이상 증가해 미국이 원유 공급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전환되고 있다. 즉 최근 국제 유가의 하락폭 확대는 OPEC의 감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원유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공급측면의 요인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 국제 유가의 조정 흐름을 글로벌 경기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변수로 확산될 가능성 역시 현 단계에서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셰일오일 생산의 손익분기점은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점차 낮아지겠지만, 현재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대략 30달러 후반에서 40달러 초반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유가의 변동폭이 완만해질 가능성도 기대된다.

유가를 국내 주식시장과 관련지어 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폭이 커진 시기인 만큼 당분간 유가와 관련성이 큰 에너지와 소재, 산업재 섹터는 유가 흐름에 대해 민감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비 에너지 섹터의 주가는 유가보다는 임박한 2분기 실적시즌이 보다 민감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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