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들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보유 자산 축소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시장은 큰 출렁임 없이 이를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고, 하반기 중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과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불구하고 최근 시장의 반응을 고려하면 유동성 문제에 대한 우려의 정도는 아직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준이 이번에 다소 매파적인 스탠스를 밝혔지만,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와 보유자산 축소 시기는 가변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금리 역전 폭은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또한 과거 대규모 자금이탈이 나타났던 시기의 공통점은 미국 달러화 강세와 국내 경기 위축이 겹치는 구간이었는데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 달러화가 강세보다는 약보합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글로벌 자금의 유출 우려를 완화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시장 전반의 추세 변화에 대한 문제 보다는 이번 금리인상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시장 주도주의 변화를 초래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주식 할인율을 높이게 된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폭이 커질수록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증시에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대형 IT주를 의미하는 ‘FAANG’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이를 두고 금리 인상과 맞물린 고밸류 성장주의 조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MSCI IT 섹터의 주가지수는 올해 연초 대비 최근까지 약 20%가량 상승했다. 미국 일부 증권사에서는 미국 대형 기술주가 비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기술주의 조정과 미국 일부 IT 종목들의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국내 IT 주가에 대해서도 동반 조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IT 주가는 글로벌 지역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IT 대표주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부분들을 시장에 시사하고 있다.

한국 MSCI IT 섹터 주가도 연초보다 30% 이상 오른 상황임에 따라 일정부분 차익실현 물량 출회 가능성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가 상승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섹터 실적 전망치 개선폭이 훨씬 커진 영향으로 올해 전망치 기준 MSCI 한국 IT 섹터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아직 약 9배 수준에 불과하다.

MSCI 글로벌 IT 섹터 PER 20배와 비교하면 50% 이상 할인 거래되고 있는 수준이다. 2010년 이후 글로벌 IT 섹터 대비 할인율 평균인 30%를 크게 넘어서고 있어 과거 대비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

사물인터넷과 전장 부품 등 기존 IT 제품 이외의 영역으로 IT 부품의 탑재가 확대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IT 산업 성장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IT 섹터는 성장주와 가치주의 매력을 여전히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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