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귀농한다는 것은 곧 농업에 종사하는 신규 농업인이 된다는 의미인데요. 귀농인, 즉 신규 농업인이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과 고금리의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대해 알아봅니다. 

-귀농인은 사실 신규 농업인인데요. 농업인의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한 농업인의 요건을 갖춰야 하잖아요.

=법적으로 농업인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있지만, 일단 농촌에 살면서 1000m²(정확하게 302.5평) 이상의 농지를 확보해 직접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일종의 ‘농민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는 ‘농지 원부’와 ‘농업 경영체’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농업인 지위를 획득하면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면세유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먼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혜택에 대해 알아볼까요.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된 농업인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소득이 월 91만 원 이하일 경우는 보험료의 50%를, 신고소득이 월 91만 원을 초과할 경우는 월 4만950원을 정액 지원받습니다. 주의해야할 점은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은 경우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겁니다.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은 농업인이 보험료 지원을 받을 방법은 아예 없나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더 많은 농업인의 경우에는 농업소득이 농외소득과 같은 것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부과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농외소득이 1200만원이고, 농업소득이 200만원인 농업인이라면 원래 총 1400만원 소득에 보험요율 9%를 곱해서 매월 10만5000원씩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월 4만950원의 보험료 지원을 받으려면, 농업소득이 농외소득 1200만원과 같은 것으로 간주해 총 2400만원의 소득에 보험요율 9%를 곱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월 18만원의 보험료가 나옵니다. 여기서 매월 지원받는 4만950원을 뺀 월 13만9050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실제 월 보험료 납부 부담이 10만5000원에서 13만9050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겁니다.

-실제론 농업소득이 적은데도, 농외소득과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면 좀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보험료 지원이 필요한 차상위 계층의 경우는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또 귀농인의 경우 초기 몇 년간은 농업소득이 미미하거나 과수를 심는 경우에는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투자 대비 적자인데도, 있지도 않은 농업소득을 농외소득만큼 간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귀농한 지 얼마 안 된 초기 귀농인들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국민연금 보조금을 받으려면 농업소득을 농외소득만큼 간주해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불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귀농인 중에는 아예 국민연금 보조금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새내기 귀농인들은 “귀농 초기에는 농업소득이 미미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연금 보조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귀농초기 일정기간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사실 귀농 초기 2, 3년까지는 농사지어 기대만큼 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거든요.

-일부 차상위 계층 농민들과 초기 귀농인들에게 국민연금 보조금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인데...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 농가의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의 비중은 30%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농업소득만을 가지고 농민, 비농민을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농업소득이 더 많아야 농민’이라는 잣대 또한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더 많은 차상위 계층 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초기 귀농인들이 안정적인 정착을 할 때까지 일정 기간은 국민연금 보조금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대해 알아보지요. 어떤 상품인지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1976년 도입된 고금리 저축상품입니다. 농어가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데요. 누구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고요. 농가의 경우 농지면적 2ha 그러니까 예전 단위로 6050평 이하여야 하고요. 농업 외 종합소득금액이 직전 연도 최저 생계비 미만이어야 하는 등의 제한사항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나친 고금리 특혜 논란과 부정가입자 빈발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면 이후 개선책이 나왔는지요.

=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농협 등은 40여 년 만에 개선책을 마련해 올 3월 2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월 가입한도는 일반 가입대상자(농지 1㏊초과 2㏊ 이하) 12만원, 저소득 가입대상자(1㏊·3025평 이하) 10만원에서 각 20만원으로 갑절 늘었습니다. 반면 기본 금리(현재 2.05%)에 얹어주는 장려(우대)금리는 기존의 절반 수준(저소득,최고 9.6%→4.8%)으로 확 낮아졌습니다.

-금리로만 보자면 3월 2일 이전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네요. 혹시 박인호 씨도 가입하셨는지요?

=저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가입하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왕대박’ 저축상품을 진즉에 알았습니다. 2010년 귀농 초기에 가입했더라면 5년 만기 때 연 15.1%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가입할 여력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12월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생활 안정을 이뤘고, 또 올해 초부터 장려 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예고 보도를 접했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서류를 챙겨 지역단위농협으로 달려가 그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농어가목돈마련저축 가입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농지가 약 0.5ha(약 1500평)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소득 가입자에 해당되어 연 12.19%의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감개무량했습니다.

-연 12.19% 이자라면 왕대박 저축상품인데요. 축하드릴 일이네요.

=당연히 축하받을 일인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가입 후 석 달이 지난 3월 어느 날이었는데요. 지역농협의 금융담당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대뜸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더니만,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부적격 가입자로 분류돼 해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럼 왜 가입 당시 부적격 여부를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창구담당 직원이 하는 말이 “농지원부 등의 서류에 (필자가) 농업인으로 되어 있고, 농지면적과 농외소득 등의 조건도 전부 충족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창구직원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는데, 그럼 도대체 왜 부적격자가 되신 건가요?

=저도 이해가 가지 않아 금융위원회와 농협 등에 자세히 알아보니 감춰진 ‘비밀(?)’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상품의 취지와 법률 규정이 따로 논다는 것입니다. 이 저축상품의 이름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이지요. 농가나 어가, 즉 가구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저축상품입니다. 저의 경우 농업인이고 농가 세대주고, 아내 역시 농업인이니 가입 대상자의 자격을 농가로 파악하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행 법률은 농가가 아닌 개별 농업인(농지 소유·임차)을 가입자격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인데 가구가 아닌 개별 농업인을 기준으로 삼으면,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추적해보니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서요. 남편이 3.96ha(1만2000평), 아내가 0.82ha(2500평)의 농지를 소유한 대농이자 부농이 있다고 해요. 이 대농가의 총 소유농지는 4.79ha(1만4500평)에 달합니다. 저와 아내 소유의 농지보다 무려 10배나 많습니다. 만약 농가를 기준으로 하면 농지상한인 2ha를 초과하기 때문에 당연히 목돈마련저축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0.82ha의 농지를 소유한 대농의 아내는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최고 고금리를 받는 저소득 가입대상자로요. 고의든 아니든 대농도 편법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데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애초 농가를 가입자격의 기준으로 정했으면 부부 중 누구의 명의로 가입하든지 문제 될 것이 없지요. 농지원부나 농업경영체를 보면 농가의 농지소유 규모 등은 그대로 다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구태여 개별 농업인으로 목돈마련저축 가입 대상자의 자격을 만들어놓았을까? 40여 년 만에 제도를 개선했다면서도 왜 이런 잘못된 규정은 그대로 놓아두었을까? 혹시 애초부터 대농이나 부농들에게 고금리 혜택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이런 잘못된 규정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