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장하며 금리·대출규제 활용해 부채 규모 관리

문재인 정부 가계부채 정책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띄우지 않겠다'는 기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를 도입한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금리 인하·부동산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 공약을 설계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5일 '150% 총량관리제'에 대해 "대출을 옥죄어 가계부채의 '절대액'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소득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산하에 있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경제공약의 틀을 닦았으며 경제수석·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지난해 9월 말 151.1%로 뛴 상태다. 가계소득은 그대로인데 빚이 빠르게 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50% 비율'이 금융회사에 바로 하달되는 가이드라인은 아니라며 "통화정책·재정정책 등을 적절히 조합하기 위해 정부가 이용하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2014년 6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시그널을 줬다면,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3년 전 기조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시그널을 총량관리제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조합)'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조합은 크게 ▲재정정책 ▲통화정책 ▲LTV·DTI·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대출 규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탕감 등 서민금융 정책으로 나뉜다. 어느 한 가지 정책으로 150%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을 적절히 조합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재정지출을 확장적으로 하면서 한국은행과 교감을 통한 금리정책을 펴고, 동시에 LTV·DTI·DSR를 통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되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을 적절히 활용해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또 "부동산시장 수급 관리정책과 죽은 채권(소멸시효 5년이 지난 채권)에 대한 탕감 정책, 자영업자 등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LTV·DTI 비율 환원은 신중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동산시장 급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정책조합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며 LTV·DTI 환원 문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해선 가계부채의 취약한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책이 핵심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그간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실상 개인 대출과 비슷한 성격인데도 중소기업대출의 '개인사업자대출'에 포함돼 LTV·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고, 명확한 통계가 없어 실태 파악도 어려웠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 대출이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일어났고, 상환능력은 어떤지 등 취약부문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며 "취약부문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는 게 LTV·DTI 규제 비율 조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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