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봄을 맞아 귀농귀촌할 터를 구하기 위해 농촌으로 답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답사 때 꼭 살펴야 할 지역의 가치와 자연재해에 대해 알아봅니다.  

-귀농귀촌하기 위해 시골 땅을 보러 다닐 때 대개는 상당히 막연하게 느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대개는 인터넷에 들어가 각 지역 중개업소나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직거래 카페 등에서 올려놓은 땅 매물을 살펴보지요. 괜찮다고 판단되는 물건이 있을 경우 연락을 하고 현장을 찾아갑니다. 현장에서 본 물건이 마음에 들면 추후 계약을 하고 아니면 포기합니다. 때론 친인척이나 지인을 통해 땅 매물을 소개받고 매매를 하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렇게 산 땅이 가격도 저렴하고 입지도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지만, 잘못 샀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대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만족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땅을 사서 가끔 주말농장으로 이용할 때만 해도 내 땅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점차 내 땅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집을 짓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가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땅 자체의 흠결과 주변의 나쁜 환경 등 숨겨진 사실들이 속속 드러납니다.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지요.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땅을 보러 나닐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시골 땅을 구하고자 한다면 보다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나중에 땅값 상승이라는 ‘덤’을 얻기 위해서는 ‘개별 땅’이 아닌 ‘그 지역의 가치’를 산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즉 개별 땅보다는 그 땅의 가치를 높이는 마을과 지역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역의 가치가 있는 땅이란 어떤 곳을 말하는지요.

=지역의 가치가 높은 땅은 우선 전원생활의 전제 조건인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 비록 시골이지만 교육·의료·생활편의시설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독특한 풍습과 문화재 등 역사·문화자원을 겸비한 마을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땅의 미래가치를 좌우하는 교통망이 갖춰져야 합니다. 서울 등 수도권과 빠르게 연결되는 신설 고속도로 나들목(IC) 주변이나 복선전철 역세권 일대가 바로 그곳이지요.

-미래가치를 좌우하는 교통기반이 잘 갖춰진 곳, 사례를 좀 들어 주시지요.

=먼저 신설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을 보자면, 2016년 11월 개통한 경기 광주시와 강원 원주시를 연결하는 제2영동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이 지역가치가 높은 관심지역에 해당합니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28.9㎞ 구간도 2017년 3월에 개통했습니다. 경기 북부에선 포천 신북면에서 구리 토평동까지 총 50.4㎞에 이르는 포천~구리고속도로가 2017년 6월 말 개통 예정입니다.

-수도권 외 지역과 연결되는 신설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 지역, 어디가 있을까요.

=현재 개통되어 있는 서울~춘천~홍천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홍천(내촌)~인제~양양 고속도로가 2017년 6월에 개통될 예정인데, 신설 나들목 주변은 청정한 전원입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를 편리하게 오가는 교통망에 더해 청정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지역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 뿐 아니라 복선전철역 주변 지역도 관심을 가지고 다녀볼만한 곳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철도망 확충도 눈여겨보아야 하는데요. 특히 성남 판교~광주~이천~여주를 연결하는 복선전철 경강선(총 57㎞, 11개역)이 지난해 9월 개통해 주변 지역이 들썩거리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원주~강릉 구간은 2017년 말에 개통 예정입니다. 도시 부동산 투자에 있어 ‘역세권 불패’라는 말처럼, 시골 부동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지역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을 살펴보지요. 

=지역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대표적으로 자연재해를 꼽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예측 불가한 이상기온 탓에 갈수록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그 피해 또한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농귀촌 터를 답사할 때 반드시 해당지역이나 마을의 ‘재해지도’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박인호 씨가 시골생활 하면서 직접 겪으신 자연재해 사례를 들려주시지요.

=제가 강원도 홍천 산골로 귀농한 이듬해인 2011년 1월에는 예년에 겪어보지 못한 이상 한파가 휘몰아쳤습니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졌어요. 급기야 2013년 1월에는 영하 29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가히 살인한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겨울 한파는 없었습니다.

-추위도 그렇지만 무더위와 가뭄도 심각한 자연재해 중 하나지요?

=그렇습니다. 2015년에는 강원 영서, 경기, 충청 일대에 지독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양구-인제-춘천에 걸쳐있는 소양호의 상류 쪽은 수몰지역의 옛길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였어요. 가뭄이 없는 해에는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라는 연례행사가 반복됩니다. 다 아시다시피 2016년 9월에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었지요.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급적 자연재해가 없거나 덜한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워낙 변화난측한 자연재해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특정 지역, 특정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등 어느 정도 규칙성을 띠고 있지요. 폭우와 폭설, 가뭄, 지진,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되풀이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런 피해가 적거나 아예 비껴간 곳도 있습니다. 전원입지를 구하고자 할 때 기상 이변에 의한 자연재해가 빈발한 곳은 당연히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자연재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곳은 어디일까요?

=넓게 보면 바닷가 주변보다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것 같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태풍 등의 영향에는 아무래도 산간지역이 바닷가 보다 덜 노출되고 그만큼 덜 위험하지요. 보다 정확한 지역별 자연재해 정보를 얻으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하는 재해지도를 열람하면 됩니다.

-재해지도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재해지도는 태풍이나 호우, 해일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비해 만든 것으로, 침수 흔적도와 침수 예상도, 재해정보지도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값 하락을 우려한 지역 주민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지자체는 김제시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없습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은 관심지역의 재해지도는 꼭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인생2막의 터로 마음에 두고 있는 지역이 있다면 먼저 관청을 찾아가 재해지도를 열람하고요. 그런 다음 마을 어르신이나 이장,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과거 재해정보를 추가로 파악합니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기상청에서 발표한 지역별 각종 자연재해 현황을 확인합니다. 이제 귀농귀촌 입지 선택에 있어 해당 지역의 자연재해 발생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선택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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