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살아있는 '전설'이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고도 불린다.

버핏의 인기는 매년 이맘때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절정에 이른다. 주총이 열리는 센트리링크센터의 주경기장엔 1만8000석인 좌석보다 2배나 많은 이들이 몰린다. 이 중엔 장거리 비행으로 대륙을 넘어 온 이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경기장 밖이 북적이는 것은 물론 온라인 방송으로 주총을 즐기는 이들도 상당하다.

지난 6일 열린 올해 주총 분위기도 예년과 다를 바 없었다. 버핏 추종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자리싸움을 마다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크셔 주총장에서 올해도 최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익스트림 스포츠만큼이나 격렬했다고 전했다.

버핏이 버크셔의 경영권을 손에 넣은 건 1965년의 일이다. 1970년대만 해도 버크셔의 주총은 산하 보험사의 구내식당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후 버핏의 투자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서 주총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1965년 버크셔에 투자한 1000달러의 가치를 1300만달러 이상으로 불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사이 작은 방직업체에 불과했던 버크셔는 수십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복합기업으로 거듭났다.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버크셔보다 큰 회사는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뿐이다.

주목할 건 버핏이 버크셔 주총이나 주주서한 등을 통해 들려주는 투자철학이 사실 특별할 게 없다는 점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투자 멘토로 삼는 그는 늘 그레이엄의 2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 번째 원칙은 결코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버핏은 욕심 내지 말고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에 장기간 투자하라는 조언도 즐겨 한다. 헤지펀드에 막대한 수수료를 내고 위험천만한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저렴한 인덱스펀드로 시장 평균 수익을 기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도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배관공이나 치과의사에게 돈을 쓰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버핏의 한결같은 투자철학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건 그의 철학이 간단하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WSJ는 최신 조사 자료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돈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이들이 올해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에서 기대하는 평균 수익률이 8.5%에 달했다는 것이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보통 채권과 주식으로 구성되고 채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걸 감안하면 주식 수익률이 12.5%는 돼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WSJ는 최근 증시 성적으론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사에선 기관투자가 6곳 가운데 1곳이 올해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로 20%의 수익을 예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바라는 건 지나친 낙관과 과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타조효과'(ostrich effect)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타조가 때때로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듯 투자자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정보 피하기'(information avoidance)라고도 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에는 모든 정보가 반영된다. 투자자들이 비현실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건 특정 정보를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애연가들이 담뱃갑의 경고 그림을 못 본 체 하며 자신은 담배를 피워도 건강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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