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요즘, 농촌을 오가다 보면 산과 들, 강변 곳곳에서 인생2막의 보금자리인 전원주택 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전원주택의 트렌드와 건축 시 유의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봄을 맞은 요즘, 농촌 여기저기서 전원주택 짓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띌 것 같은데요.

=겨울은 춥고 땅이 얼어있고, 여름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대개 전원주택 신축은 봄과 가을에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봄에 더 많이들 짓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강원 홍천에서도 여기저기 집을 짓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마당과 정원이 있는 내 집을 짓는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평생 처음 내 집을 짓는 분들은 마냥 행복한 꿈을 꿉니다. 저와 아내도 그랬고요. 어릴 적 살았던 집에 대한 희미한 기억, 건축 잡지나 건축박람회를 돌아다니면서 귀동냥, 눈대중으로 모은 정보, 나름대로 발품을 팔아서 보고 다녔던 자신의 눈썰미를 바탕으로 행복한 내 집을 그려보는 거지요.

-그런데 대개 아파트에 살다가 전원주택을 짓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려울 것 같아요.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결행해 전원주택에 살고자 하면 내 집 짓기라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대개는 생전 처음으로 집을 지어보는 분들도 있고, 또 그중에는 아예 단독주택에 살아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 사람도 있지요. 그래서 “집 한번 지으면 10년 더 늙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원 속 내 집을 그려볼 때 주의해야 할 점,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꿈을 모두 현실로 옮기려고 한다는 겁니다. 사실 어떤 경우든 집을 지을 때는 언젠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그 집을 팔 수 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집을 봐야 한다는 거지요. 집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인접 지역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기 생각만으로 지은 집은 나중에 매물로 내놓더라도 외면당하고, 팔린다 하더라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집을 보라는 말씀 이해는 됩니다만.. 너무 개성이 없는 집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내 마음 속에 꾹꾹 다져 놓았던 집에 대한 생각들의 절반은 덜어낼 각오를 해야 합니다. 특히 주택의 구조와 평면에 대한 생각은 일반적인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좋다고 주택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사실 똑같은 도면으로 집을 짓더라도 외장 마감재의 색상, 재질만 바꿔도 전혀 다른 집이 되거든요. 획일적인 아파트 짓기와 달리 창조적인 단독주택 짓기의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창조적인 확장성을 넓히는 데 자신의 상상력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전원주택의 최대 단점은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모두들 내 마음대로 집을 짓기 때문인데요. 환금성을 염두에 둔다면 나중에 불가피하게 집을 내놓아도 팔릴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도 좋아할 만한 집, 환금성이 좋은 집이란 그저 ‘보기에’ 좋은 집이 아니라 ‘살기에’ 좋은 집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도 좋아할 만한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먼저 집 구경을 많이 다닐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 중 하나가 집 구경입니다. 집은 많이 볼수록 눈썰미가 좋아집니다. 수도권 외곽 쪽으로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으니, 틈나는 대로 구경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 집을 짓기 전에 가급적 많은 터와 집을 둘러보는 게 좋고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내 집의 개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갖추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고 안목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전원주택을 찾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한나절 품을 팔아 한두 곳 구경하기도 빠듯하지요. 가까운 수도권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게 그나마 발품을 더는 방법이고요. 가족이 함께 다니면 이후 집 설계 및 건축에 대한 공감대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수도권은 용인 여주 양평 가평 파주 고양 등 도처에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고요. 수도권에 접한 충북 충주 제천, 강원 원주 춘천 홍천 등지에도 전원주택이 즐비합니다. 주로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과 복선전철역 주변에 ‘전원주택 벨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집 구경이 그냥 외관만 보고 오는 겉핥기식이 되기 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살기 좋은 집이란 외관이나 마감재보다는 숨어 있는 구조재가 중요합니다. 마감재는 살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구조재는 재건축을 하지 않는 한 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집의 기능성은 마감재가 아니라 구조재 품질에서 좌우됩니다. 단지형 전원주택을 선택할 경우 반드시 샘플하우스 등을 보고 구조재는 어떤 것을 쓰는지 꼼꼼하게 챙겨봐야 합니다.

-요즘 전원주택 트렌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근래 귀농귀촌하는 분들은 크고 화려한 집보다는 작지만 속이 꽉 찬 실속형 집을 많이 짓습니다. 한마디로 ‘강소주택’입니다. 별장형이 아닌 실속형이란 거지요. 건강(친환경)과 저에너지(단열)라는 기능성을 어떻게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개 전용면적 85㎡, 그러니까 25.7평 이하인 국민주택규모입니다. 주택유형은 목조주택, 스틸하우스, 황토집, 통나무집, 한옥 등 다양합니다. 집 바닥면적은 작아도 다락방과 데크를 살려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합니다. 추운 겨울에 대비해 고단열 집으로 지어 난방비는 크게 낮춥니다.

-문제는 건축비인데요. 대체로 얼마나 하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주택 유형에 따라, 크기에 따라, 마감재에 따라 제각각이기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은 3.3㎡ 그러니까 평당 300~400만 원대인 것 같고요. 좀 고급스럽게 짓고자 한다면 평당 500만~600만 원대, 패시브하우스의 경우 600만~800만 원대는 잡아야 합니다. 전통 한옥의 경우는 평당 1200만~1400만 원대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실제 집지은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고요?

=애초 집 건축 자금 계획은 여유 있게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애초 토지 구입이나 집짓기 계획 단계에서 세웠던 자금보다 30% 안팎, 심지어 50%까지 더 들어간다고 보면 얼추 맞습니다. 자꾸 욕심이 생겨 설계변경을 하게 되고, 마감재도 이왕이면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게 되고 그렇게 하다보면 총 건축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게 되는 거지요.

-요즘은 정식으로 전원주택을 짓기 전에 작은 이동식주택을 들여다 놓고 임시로 거주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은데요.

=컨테이너하우스나 이동식주택을 들여다 놓고 한두 해 살아본 다음 정식으로 본채를 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실 먼저 집부터 지어놓고 살다보면 위치나 향, 집의 구조 등에 대해 뒤늦게 아차!!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미리 살아보면 나중에 본채가 들어설 위치와 향, 구조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집 한번 지으면 10년 늙는다”라는 말처럼, 건축업체와의 갈등이 심하다고요.

=자신이 직접 자재와 인력을 조달해 짓는 ‘직영방식’으로 건축하지 않는다면, 대개는 건축업체를 선정해 짓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건축비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되는 겁니다. 업체와 계약할 때, 대개는 견적서상 저렴한 건축비를 제시한 업체를 택하는 게 보통인데요. 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약과는 달리 말이 달라지면서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멀리 떨어진 타 지역에서 오게 되면 장비나 자재, 인력조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날림건축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급적 믿을만한 지역 업체를 선정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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