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한 이들이 만든 귀농귀촌단체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들 단체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이주와 정착을 이끌어주고 지역 봉사활동을 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한편, 기득권에 집착하고 압력단체로 변질되는 등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귀농귀촌단체의 실태와 문제점,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알아봅니다.

-농촌 지자체마다 귀농귀촌단체가 설립되어 있는 것 같은데, 현황은 어떻습니까.

=거의 대부분의 농촌 지지자체에는 귀농귀촌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귀농귀촌단체들이 있습니다. 대개는 귀농귀촌협의회, 귀농귀촌발전회, 귀농귀촌연합회 이런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전라도, 경상도, 충남도 등지에서 오래전에 만들어진 귀농귀촌단체의 경우는 가입회원이 수백 명이 넘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그럼 귀농귀촌단체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요.

-귀농귀촌협의회나 귀농귀촌연합회에서는 일단 귀농귀촌 회원 간 농사정보 교류와 품앗이, 친목도모 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하고요. 또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농촌 이주와 초보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와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하에 재능기부봉사단을 두고 농번기 지역주민들의 일손 돕기, 무료 이미용 활동과 공연활동 등을 펼치기도 합니다. 아예 사단법인 형태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각종 도시민 유치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들어보니 좋은 활동을 많이 하네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귀농귀촌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요.

=비단 어떤 단체라도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요. 귀농귀촌단체 또한 귀농귀촌 현상이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근래 들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제1차 귀농 붐에 이어, 제2차 귀농귀촌 열풍은 2009년부터 본격화되었는데요. 2017년 현시점에서 보자면 벌써 햇수로 9년차가 된 거지요. 이렇다보니 쌓인 연륜만큼 문제점들도 드러나기 시작한 겁니다. 지역별로 한 개의 단체가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복수의 단체가 활동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지역별로 귀농귀촌단체가 꼭 하나일 이유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두 개 이상의 귀농귀촌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하는 지자체도 더러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귀농과 귀촌을 구분한다든지, 도시민 즉 예비 귀농귀촌인 유치와 교육에 중점을 두거나, 아니면 이미 귀농 귀촌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정보교류와 친목에 주안점을 둔다든지...굳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사실 연합회 한곳으로 통합된 곳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끼리끼리 패가 갈려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의외로 많습니다.

-현시점에서 불거진 귀농귀촌 단체의 부정적인 모습,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각 지역별로 귀농귀촌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러 귀농귀촌단체가 생겨나기도 하고요. 또 귀농귀촌연합회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지만, 내부 갈등이 증폭되어 다시 갈라서기도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오래전에 귀농귀촌해서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들이 귀농귀촌단체의 회장, 부회장, 감사 등 임원진을 독식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만의 이익단체화, 압력 단체화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귀농귀촌한 분들이 지나칠 정도로 감투에 집착한다는 거군요.

=경상도의 한 지자체 귀농귀촌 담당 공무원이 제게 털어놓은 하소연인데요. 그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내려놓고 조용히 살겠다고 시골로 내려온 분들이라 감투에 대한 욕심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오히려 이런저런 단체를 만들어 회장 하겠다고 난립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주민과의 갈등뿐 아니라 귀농귀촌인 간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들이 귀농귀촌단체의 감투를 움켜쥐고 쥐락펴락한다는 지적이군요.

=대부분의 귀농귀촌단체 회장은 이주한 지 오래되어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들이 차지합니다. 부회장, 감사 등 임원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다보니 요즘은 10여 년 전에, 심지어 20년 전에 농촌으로 들어와 사실상 지역민이라고 보아야 할 분들까지 “나도 귀농인”. “나도 귀촌인”이라면서 귀농귀촌단체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을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세를 불리기 위해 아예 이들을 유치하기도 합니다.

-이미 시골로 들어온 지 10년, 20년 지난 분들이 새로 가입한다면..그건 결국 기존 원주민과 귀농귀촌인을 편 가르고 갈등을 유발시킬 것 같아 우려되네요.

=물론 10년, 20년 된 분들도 예비 귀농귀촌인의 시골 이주와 초보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멘토로는 활동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사실상 지역민화 된 분들이 귀농귀촌단체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다는 것은 지역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측면이 큽니다. 농촌으로 내려온 귀농귀촌인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나면 지역민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되레 “나는 지역민 아닌 귀농귀촌인이다”이렇게 선언하는 것이거든요. 

-농촌으로 전입한 지 10년, 20년 된 분들을 귀농귀촌인이라고 하는 게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에 ‘귀농어 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보면 귀농인과 귀촌인에 대한 정의는 좀 복잡한데요. 쉽게 말하자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와 농민이 되어 농업을 주업으로 하면 귀농인, 자발적으로 농촌으로 들어와 농업 외 다른 산업에 종사하거나 전원생활만을 꾀하고자 하면 귀촌인으로 설명할 뿐 다른 구분은 없습니다. 그래서 농촌으로 들어온 지 이미 20년이 넘은 분은 “나는 귀농인이다” 또는 “나는 귀촌인이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어폐가 있지요.

-듣고 보니, 귀농인, 귀촌인에 대한 정의를 개정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요.

=현행법은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귀촌인에 대한 정의만 보더라도 도시 그러니까 ‘동지역’에서 농촌, 그러니까 ‘읍면’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이주만 하면 학생, 군인 등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귀촌인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비싼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수도권 읍면으로 옮겨가도 모두 귀촌인으로 집계됩니다. 이렇다 보니 2015년 귀촌인 숫자가 전국적으로 46만6778명에 달한다는 ‘귀촌인 통계거품’을 낳았습니다. 귀농인, 귀촌인 정의부터 법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 개정은 시간도 걸리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닌데..현실적인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없진 않습니다. 현행법은 귀농인, 귀촌인에 대해서는 다소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원에 관해서는 농촌 이주 후 만 5년까지로 못 박고 있습니다. 실제로 귀농인에 대한 농지 구입, 주택 신축 등에 대한 대출지원은 농촌 이주 후 만 5년 이내라야 자격이 주어지고요. 또 전입 이후 집들이 비용, 농기구 구입비, 이사비용 등 개별적인 지원사업의 경우 지자체별로 만 2년에서 만 4년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원근거로 보자면, 사실상 귀농귀촌인이란 농촌 전입 후 만 5년까지를 말하네요.

=도시를 내려놓고 시골로 들어왔다고 해서 ‘영원한’ 귀농귀촌인일 수는 없습니다. 농촌 이주 후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지 않고 만 5년이 되었다면, 어느 정도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보는 겁니다. 귀농귀촌인 딱지(?)를 떼고 ‘영광스러운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기존 지역민과 구별 없이 농민이요, 농촌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만 10년, 20년 된 분들이 이 시점에서 되레 자신을 귀농인, 귀촌인 이라고 하면서 기존 지역민과 구분 짓는다면, 이는 지역통합과 발전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에 우려를 낳는 겁니다.

-귀농귀촌단체 또한 농촌 전입 만 5년 이내의 귀농귀촌인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군요.

=귀농귀촌단체는 만 5년 이내의 귀농귀촌인들이 주축이 되는 것이 맞고요. 만약 정부나 지자체에서 민관 거버넌스 활성화 차원에서 귀농귀촌단체의 활동을 지원한다면, 만 5년 이내의 귀농귀촌인들이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거지요. 예비 귀농귀촌인→초보 귀농귀촌인→멘토 귀농귀촌인 이렇게 진행되면서 종국에는 지역민으로 융화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귀농귀촌단체 회장 등 임원도 만 3~5년차가 맡아 꾸려가는 게 바람직하고요. 정부와 지자체는 법령이나 조례 개정, 아니면 지침 등을 통해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융화하는 상생의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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