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시작 한 달여 만에 완판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모델하우스 전경. <삼성물산 제공>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아파트가 5만6413가구로 집계됐다. 청약규제를 강화한 11·3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월은 물론 전년과 비교해서도 각각 2.0%와 8.6% 줄어든 것이다.

이에 일선 현장에서는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우려와는 달리 급격한 분양시장의 침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입지가 빠지거나 분양가가 비싼 단지를 중심으로 소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3구역을 재건축한 ‘방배아트자이’는 지난달 말 정당계약과 선착순 내집마련추첨을 진행한 결과 전용면적 59㎡만 완판됐을 뿐, 84㎡와 128㎡는 끝내 미분양됐다.

방배아트자이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3.3㎡당 3789만원에 분양가를 책정,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건설사 자체신용으로 강남권 최초로 중도금 집단대출을 일으킨 데다, 일반분양 분도 96가구밖에 안 돼 내집마련추첨에선 무난하게 계약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59㎡로만 수요가 몰렸다.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에 육박했던 84㎡는 저층뿐 아니라 고층 세대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집마련추첨 현장을 찾은 한 수요자는 “모델하우스에 이미 수백명이 와있기에 이렇게 인기가 많은 단지였나 싶었는데 먼저 59㎡가 완판되자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다 빠져나갔다”며 “남은 84㎡라도 계약해야 하나 고민하다 분양가가 너무 부담돼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12월과 1월 서울에서 공급된 '목동파크자이', '연희파크푸르지오', '사당롯데캐슬골든포레' 등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분양가가 비싸거나 입지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곳들이다.

그나마 잠원동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한신18·24차 재건축)'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계약 한 달여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근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가 정당계약 3일 만에 100% 판매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잠원동 K부동산 대표는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3~4일 내 완판도 나왔던 것이고, 분양권 전매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한 달 만에 다 소진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래미안리오센트가 미분양을 팔기 위해 일부 세대에 중도금 대출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를 계기로 강남에서도 기다리면 추가 혜택이 제공된다는 생각이 수요자들 사이에 퍼질 경우 앞으로는 분양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경기는 서울보다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서울은 청약 경쟁률이라도 높지만 이들 지역은 순위 내 마감도 어려운 상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지난달 공급된 ‘동탄2 아이파크’는 2순위 청약에서도 대거 미달되기도 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아직도 입지·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들은 단기간 내 완판되는 것을 감안할 때 분양시장의 침체나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그러나 소진 속도가 느려지는 단지들이 이전보다 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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