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행복한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그 전제 조건이 되는 지역이나 마을, 개별 땅 등 입지 선택과 집짓기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이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봅니다.

-지역이나 개별 땅 등 입지선택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 같아요.

=귀농·귀촌이란 도시를 내려놓고 농촌으로 내려가는 것인데, ‘어느 지역으로 가서 어떤 입지를 택하는가’ 이는 이후 전원생활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주의할 점은 지금 현재의 상황과 모습만을 보고 결정하지 말고 농촌생활 5년, 10년 이후 달라질 변화까지를 미리 내다보고 전원입지를 선택하고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저 스스로도 만 7년째 전원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부분입니다.

-입지 선택과 집짓기에서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아야 한다라,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전원의 땅과 집은 부동산이지요. 부동산(不動産)은 글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지역과 마을, 그리고 개별 터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요.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 위에 지어진 집도 물론 고정되어 있지요. 이렇다 보니 예비 귀농·귀촌인들 대부분은 어떤 지역 내 어떤 마을, 그리고 어떤 땅을 답사 할 때 현재의 모습과 상황만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거의 다들 그래요.

-그래서 미래의 달라질 모습과 상황까지 예상해보아야 한다, 그런 말씀이군요.

=땅과 집 즉, 부동산은 움직이진 않아도 그 모습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살다보면 집이 비좁아 증축을 할 수도 있고 게스트하우스나 창고를 추가로 지을 수도 있지요. 또 정원의 모습도 수시로 바뀝니다. 해당 지역이나 마을, 주변 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땅을 맨 처음 보았을 때, 이후 계약했을 때, 그리고 집을 지어 입주했을 때, 거주한지 5년 또는 10년이 지났을 때, 내 땅과 내집 주변의 이웃땅과 마을, 지역의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요.

-박인호 씨의 땅과 집의 모습 또한 많이 달라졌겠네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의 터로 들어온 지도 벌써 만 7년 째입니다. 2010년 이주 당시엔 작은 집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지요. 하지만 이후 비닐하우스 1동이 들어섰고, 집 덱이 새로 설치됐고, 비닐하우스 창고와 천막 차고지, 컨테이너창고 등이 4개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비닐하우스와 천막 창고 등을 철거한 뒤 20평 규모의 농업용 창고를 새로 지었습니다. 이렇게 내땅과 내집의 모습도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지요.

-마을과 주변 땅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에 따른 영향도 있을 텐데요.

=마을 외곽 끝에 서울~홍천~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의 내촌나들목이 건설 중인데요. 올 6월께 개통될 예정입니다. 이는 장단점이 있는데요. 고속도로 나들목이 개통되면 아무래도 교통은 편리해지겠지만, 반면에 펜션이나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그만큼 호젓한 전원생활은 반감될 수밖에 없겠지요. 바로 접한 남쪽 이웃 땅은 2015년 농약을 많이 치는 사과밭으로 바뀌었어요. 이처럼 마을이나 주변 땅의 모습 또한 계속 변화합니다. 입지를 선택할 때 이런 변화를 가져올 변수들을 꼼꼼하게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인 것 같군요.

=안타깝게도 많은 (예비)귀농·귀촌인들은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전원입지를 선택하고 전원주택 짓기를 결정합니다. 이렇다 보니 정작 입주해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몹시 당혹해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성급했던 선택과 결정을 후회하지만, 이미 땅을 사서 집까지 지었으니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다른 지역이나 다른 터를 찾거나, 다시 도시로 ‘U턴’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쏟아 부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의 손실이 막대하지요.

-그럼 마을이나 주변의 땅의 변화 중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뭔가요.

=제가 늘 강조하는 건데, 농사라는 환경과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합니다. 농촌이란 기본적으로 농업활동이 연중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두엄 냄새와 축사의 악취, 트랙터 경운기 등 농기계의 소음, 인삼밭과 사과밭 등 반복되는 농약살포 이런 농업활동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농촌에서의 농업활동은 당연히 것이지요. 하지만 건강하고 호젓한 전원생활을 원한다면 그 보금자리 터는 가급적 농사활동으로부터 분리된 곳이 좋습니다. 이웃한 땅의 크기와 모양, 향후 재배작목까지 미리 살펴야 뒤탈이 없습니다.

-입지 선택 시 꼼꼼하게 체크해야 할 점이 생각보다 많군요.

=제 사례를 들어보지요. 저는 대지와 농지를 더한 땅 면적이 1750평으로 제법 넓고, 북쪽과 동쪽은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농사로부터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면, 즉 남쪽과 서쪽은 이웃한 땅의 변화에 그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서쪽 경계에서 좀 멀찍이 이격시켜서 지었어요. 진입로가 연결되어 있는 남쪽만 문제가 되는데, 2015년에 남쪽에 접한 이웃 땅이 농약을 많이 치는 사과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올 봄에 경사지 경계면에 축대를 쌓고 가장자리에 측백나무를 심어 수림대를 만들려고 합니다. 전원입지를 선택할 때는 동서남북 4면 중 가급적 2면 정도는 농사로부터 분리된 땅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이런 주변 환경의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할 필요가 있겠네요.

=만약 내 땅이 남향이라면 대개 남향집을 짓지요. “남향집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살 수 있다”는 옛말도 있지요. 하지만 만약 남향 터에 접한 이웃 농지가 있는데, 그 땅이 넓다면, 또 향후에는 농약을 많이 치는 사과밭이나 인삼밭으로 변할 가능성도 늘 있는 것이거든요. 이 때는 정남향 보다는 동쪽으로 약간 틀어서 동남향집을 짓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이웃한 땅의 경계에서 가급적 좀 떨어져서 집을 짓게 되면 나중에 위해한 환경이 만들어져도 수림대를 조성한다든가 대처할 방법을 찾기가 용이하지요.

-요즘은 아예 숲속 오지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던데요.

=농사로부터 분리된 곳이 좋다고 하니 아예 산속 오지를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산속 오지 생활을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도 많고 그렇다 보니 ‘자연인 신드롬’까지 생겼지요. 하지만 실제로 산속 오지생활은 위해한 농사환경으로 부터는 벗어난다고 해도 매우 불편하고 힘이 듭니다. 깊은 산속에 터를 잡아 집을 짓는 경우 해가 산이나 숲에 가로막혀 일조량이 부족하고 산불에도 취약하지요. 또 좁은 비포장 산길이 길게 이어져 오가기도 불편하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고요. 동물이나 날짐승의 피해도 큽니다.

- 전원생활이라도 해도 어느 정도 농촌편의시설은 갖춰져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아요.

=산속 오지는 결코 살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택배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면, 산골 오지는 아직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불통인 곳이 많습니다. 갑자기 몸이 아파도 쉬이 연락을 취하기 어렵지요. 만약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거나 펜션이나 체험시설 등 귀촌 창업을 한다고 해도 온라인 홍보와 마케팅이 여의치 않습니다. 오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택배서비스 이용도 어렵습니다. 농촌 또한 시골생활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어야 살기에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마을이나 이웃땅 등 주변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웃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데요. 갈등도 있을 것 같고요.

=귀농이든 귀촌이든 외지인에 대한 원주민의 ‘텃세’가 시골정착의 걸림돌로 지목되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뿐 아니라 들어온 외지인들끼리의 갈등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서려 배려하고 양보하는 이웃관계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갈등과 다툼으로 전원생활이 되레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요. 이웃관계 또한 항상 변화합니다. 지역이나 마을, 개별 터 등 주변 입지 환경이 바뀌면 자연스레 이웃관계도 달라지는 거지요. 따라서 전원생활 입지선택과 집 짓기에 있어서도 이웃관계는 핵심 고려사항입니다. 호젓한 전원생활을 원한다면 서로 조금 떨어진 곳에 터를 잡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물론 배려하고 양보하는 이웃사촌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겠지요.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