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위주 개편 시동..1만3000원 최저보험료 내년 도입

오는 2024년까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국민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이 추진된다. 당장 내년부터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의 '최저보험료'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정부의 개편 작업이 끝나면 지역가입자의 80%(606만 세대)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본다. 반대로 피부양자 47만 세대, 직장가입자 26만 세대는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피부양자로 구분된 현행 부과체계를 3년 주기, 3단계로 개선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기준 이하인 지역가입자에게는 정액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1∼2단계에서는 연소득 100만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 3단계에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세대에 1만7120원을 부과한다. 최저보험료 적용으로 오히려 보험료가 오르는 세대는 6년간 인상분을 내지 않아도 된다.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종전처럼 종합과세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반으로 보험료가 매겨진다. 기존에 연소득 500만원 이하 가입자에게 적용했던 평가소득 기준은 폐기된다.

재산·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보험료는 서서히 줄인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정해지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자동차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단계에서 시가 2400만원 이하 주택·4000만원 이하 전세금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3단계에서는 시가 1억원 이하 주택·1억7000만원 이하 전세금에 보험료를 물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기준을 없애고 4000만원 이상인 고가차에만 부과한다.

소득 보험료는 당분간 100등급으로 나뉜 소득등급표에 의해 정해진다. 개편 마무리 단계에서는 소득 총액에 보험료율 6.12%를 곱해 산출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과체계를 바꾸면 1단계에서 지역가입자 77%에 해당하는 583만 세대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20%(월 2만원) 인하된다. 반대로 34만(4%) 세대는 평균 15%(월 5만원) 오르고, 40만(19%) 세대는 변동이 없다. 3단계로 가면 지역가입자의 80%인 606만 세대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평균 50%(월 4만6000원) 낮아진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복지부의 개편안을 두고 형평성이 더욱 저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과되는 보험료가 직장, 지역가입자 간 소득기준이 다르고,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의 불명확한 것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데 따른 것이다. 현 정부안은 최소 6년 이상 걸리는 3단계 개편임에도 소득파악의 어려움과 연금소득자 등 신규 부담자의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소득일원화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일부 부작용만을 해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정부의 3단계 최종개편은 1단계 중간목표로 설정하고, 빠른 시일 내 추진해야 한다. 이후 전 국민에게 동일한 부과기준을 적용하는 최종적인 부과체계일원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안일하고 부유층에 유리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최종적인 전국민 통합 부과체계 로드맵을 다시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1∼2단계(총 6년)에서는 현행 대비 연간 9000억원의 보험료 손실이 생기고, 3단계 이후부터는 2조30억원씩 손실이 난다. 복지부는 개편 초기에는 20조원가량 확보된 건강보험 적립금을 투입하는 한편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과 함께 소득파악률을 높여 보험료를 더 걷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정수급 방지, 급여비 관리를 통해 재정 효율화를 꾀한다.

개편안은 일단 국회에서 함께 논의된다. 복지부는 여론 수렴을 거쳐 5월에는 정부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법안이 상반기에 통과되면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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