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이 불법 분양 현수막을 떼놓고 간 자리.

지난해 말부터 밀어내기 분양 물량이 크게 늘면서 거리마다 불법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 청약률과 계약률이 주춤하면서 건설사들이 횡단보도·교차로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마다 공격적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현수막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야를 막아 큰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유동광고물(전단지·현수막 등) 단속을 통해 거둬드린 과태료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불법 광고물의 대부분은 분양 현수막이다.

비단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불법 현수막 과태료로 한 분양단지에 수천, 수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과태료가 짭짤한 수입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다.

이 같은 과태료에도 불구하고 불법 분양 현수막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행사·분양대행사·건설사 등은 과태료를 아예 마케팅 비용에 포함하기도 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현수막을 보고 전화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일 정도로 홍보효과가 크다”며 “일단 현수막으로 기초정보를 제공해야 수요자들이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분양상담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양대행사 관계자도 “어차피 TV나 라디오·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전단지를 찍어 돌리더라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느냐”며 “마케팅 비용 안에 불법 현수막에 따른 과태료까지 잡아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각 지자체마다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기 위해 과태료를 대폭 강화하고 수거보상제를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근절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오히려 앞에서 현수막을 붙이고 가면 단속반이 바로 뒤쫓으며 떼고, 단속반이 다녀간 자리에 또 다시 현수막을 내거는 숨바꼭질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곤 한다.

한 현수막 단속 담당자는 “현수막 때문에 쫓고 쫓기는 게 하루 일과”라며 “요즘에는 단속이 느슨한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내거는 게릴라식 현수막이 많아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담당자는 또 “지난해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 분양이 많다는 이유로, 올해는 분위기가 나빠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 현수막이 붙고 있다”며 “과태료 처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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