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문명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현재는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그 소통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진 SNS를 가장 활발하게 넘나들며 이용하는 사람들은 역시 젊은 청춘들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기기에 능숙한 청춘들은 많은 시간을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인간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최근엔 인간관계에 있어 일종의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참 많다. 당장 모바일 메신저를 열어봐도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에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은 몇 되지 않는다. 청춘들도 마찬가지다. 학교든 취업전선이든 하다못해 직장이든, 청춘들이 새롭게 맺는 인간관계는 대개 경쟁 구도와 맞물린다. 필자가 썼던 ‘혼밥’에 대한 글에도 이 같은 인간관계에 시달린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한다고 인용해 서술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청춘들이 그런 자발적인 고립을 선뜻 선택하진 못한다. SNS는 여전히 청춘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있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타인과 소통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 너는 어떠니?’ 하며 서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공유하려 한다.

왜 SNS에 매달리나

젊은이들이 SNS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 SNS는 참으로 간편하다. 터치 한 번으로 쉽게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거들떠볼 수 있다.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를 걸지 않아도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이러한 간편함은 그 관계를 유지하는 면에서도 용이하다. 상대방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등의 약간의 반응만 해주면 나의 존재는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내비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보내올 때도 마찬가지다. 그럼으로써 나와 상대방의 인간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만나거나 목소리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말이다. 직접 상대방과 접촉할 여유가 없는 청춘들에게 SNS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가장 간편한 산물이다.

그 안은 행복하고, 바깥은 불안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식의 인간관계가 일방적인 측면으로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실감하듯, 보통 SNS에 게시되는 사진과 글들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담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SNS 이용자들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한 삶을 둘러보며, 굳이 자신이 겪는 고통과 불행을 타인들에게 게시할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그런 풍조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행복한 일상을 SNS상에서 경쟁적으로 재생산하도록 만든다. 결국에는 서로의 어려움에 관한 소통은 조금씩 결여되고 만다. 직접 접촉해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는 그런 소통이 일어나기 힘들다.

특히나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청춘들에게 SNS는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성공했거나 여유롭고 행복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할까’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만을 느끼곤 한다. 더 나아가서는 그들보다 점점 뒤처지게 되고, 끝내는 그 격차가 벌어져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도 휩싸이게 된다.

SNS가 가진 ‘관계’의 두 얼굴

SNS는 소통을 위해 최적화된 도구이지만, 어쩌면 개인화의 산물일지 모른다. SNS를 통한 소통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한가한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거나 약속을 잡을 필요가 없다. 스스로 편안한 시간에 나를 내보이고 타인을 둘러볼 수 있다.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함에 있어 번거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굳이 얼굴을 비치고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자세히 털어놓거나 이에 동반되는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것은 SNS의 주 이용자인 청춘들이 타인과의 직접 접촉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피로감에 의해 움직이는 SNS의 이면에는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 또한 머물러 있다고 본다.

이렇듯 SNS는 인간관계에 대한 현재 젊은이들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SNS를 통해 청춘들이 각자의 행복과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청춘들이 그 안에서만큼은 서로 진실한 유대감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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