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서울의 한 재개발아파트를 분양 받아 계약한 A씨는 안방 부부욕실을 드레스룸으로 바꿨다. 식구가 둘 뿐이라 굳이 욕실 2개가 필요치 않던 차에 마침 공간의 용도를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나중에 집을 팔 때 문제가 될까 싶어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1~2인 가구들의 생각도 본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드레스룸을 선택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4인 가족 시대가 저물면서 구성원 스스로가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맞춤형 아파트 평면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앞서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인구·가구·주택 기본특성항목’을 보면 1인 가구가 27.23%로 가장 많고, △2인 가구 26.13% △3인 가구 21.46% △4인 가구 18.78% △5인 가구 이상 6.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2005년엔 4인 가구의 비율이 27%로 가장 높고, △2인 가구 22.16% △3인 가구 20.93% △5인 가구 이상 9.96% 순이었다.

이처럼 10년 사이 1인 가구가 4인 가구를 추월하게 되면서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족 중심의 정형화된 아파트 평면도 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각 세대의 구성원수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평면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의 한 설계 담당자는 “개성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의 취향에 맞춰 여러 가지 디자인과 옵션을 제시하고, 크기·구조·기능 등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평면에서 벗어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3년 ‘힐스테이트 위례’와 ‘위례송파 힐스테이트’에 △패밀리라이프(Family Life)형 △힐링라이프(Healing Life)형 △에듀라이프(Edu Life)형 등 3가지 평면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무브 앤 핏(Move&Fit)’이라고 불리는 맞춤형 설계를 선보였다.

기본 평면을 △가족공간 강화형 △학습공간 강화형 △침실공간 강화형 등으로 나누고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힐스테이트 당진’과 ‘힐스테이트 동탄’, ‘힐스테이트 태전2차’ 등에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림산업은 올해 ‘디 하우스(D-HOUSE)’라는 신평면을 개발했다. 최소한의 구조벽만을 남겨두고 남은 공간은 입주자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구획할 수 있는 신평면이다. 주방과 화장실 등을 제외한 공간에 대해 자유롭게 분할하고 방을 배치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지난 3월 경기 광주시에서 선보인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에 최초로 적용됐다. 전용면적 116㎡ 평면을 가족중심형인 ‘거실 통합형’, 수납을 강조한 ‘마스터존 강화형’과 ‘침실수납 강화형’으로 구성해 계약자가 고르도록 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소형 특화평면을 개발하고, 이달 분양하는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에 적용했다. 49㎡에 대해 △기본형(3룸, 드레스룸) △신혼부부형(2룸, 드레스룸, 놀이방) △학생중심형(2룸, 드레스룸 2개) △노인부부형(2룸, 드레스룸, 팬트리) 등 4개 평면을 제시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붕어빵처럼 찍어내던 아파트를 수요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옵션에 따라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나중에 매도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므로 선택은 신중히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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