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3.40원 마감…4월 이후 7개월 만에 원화 '최저치'
美 셧다운 장기화·엔화 약세·外人 자금 이탈 주요 원인
증권가 "1480원 재진입 가능성…과도한 공포는 경계"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달러당 1460원을 돌파하며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은 전방위 불안 양상을 띠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원화 약세가 일시적인 외부 변수의 중첩에 따른 현상이라며 과도한 공포보다는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9원(0.82%) 상승한 1463.3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 8일 기록한 1479.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원화 약세(달러강세)에 대해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 강세와 금리 불확실성 △일본발 엔화 약세 △국내 외환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12월 금리인하 신중론, 관세 위헌 여부를 둘러싼 대법원 심리 등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권 연구원은 원화와 엔화와 밀접히 연동돼 있는 만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적 정책 기조로 엔화가 약세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이는 원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국내 외환 수급 상황도 악화일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원화 수요가 줄고 있다.
앞으로 환율 흐름은 1500원 돌파에 대한 우려 속 당국의 실개입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권 연구원은 "현재 원화만의 탈동조화가 아닌 미국 증시까지 연동된 대외 요인이 모두 안전자산 선호(Risk-off)를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실개입의 실효성 역시 크지 않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환율 레벨 부담 속 대외재료와 연동된 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4월 원화 약세 국면과 비교해볼 때 대외 재료 불확실성은 좀 더 안정됐다"면서 "내국인의 해외투자 부담은 여전히 있지만 셧다운과 엔화약세 등 재료 안정화 시 상대 수급도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90원에서 142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시적으로 환율은 148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10월 내 마무리될 것으로 봤던 미국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며 "1440원을 돌파한 이후 다음 상단은 과거 계엄 시기에 도달했던 1480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한번 진입했던 레벨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을 높게 열어두고 있는 듯하다"며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원화 추가 약세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은만큼 수출 업체를 포함해 달러 매도 수요도 많이 약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수급상으로 쏠림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1480원대까지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환율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환율 수준은 국내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 강세는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연방정부 폐쇄가 추수감사절 이전에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1400원대 초중반 원·달러 환율이 새로운 뉴노멀 수준이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재 환율 수준은 변동성 구간내 수준"이라며 "환율 상승에 대해 과도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현 환율 수준이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국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국내 수출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내 단기 유동성 위축과 차익실현 등으로 이탈하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은 미 연방정부 폐쇄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재차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며 "이는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