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결제 기능 갖춘 스마트카트 …1세대부터 6세대까지 진화
무선인터넷·무인계산 등 최신화…'매일 아침의 미소' 는 그대로
"야쿠르트요~"
아침마다 골목길을 누비며 노란색 손수레를 끄는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추억. 6070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다.
2025년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정겨운 애칭은 '프레시 매니저'로 바뀌었다. 야쿠르트를 넣고 다니던 손수레도 이제는 프레시 매니저가 탑승 주행하는 스마트 전동카트로 바뀌어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아침 출근길 마주치는 예전 야쿠르트 아줌마의 반가운 온기는 늘 그대로다.
발효유 등 건강기능식품 전문회사 한국야쿠르트(현 hy)가 프레시 매니저의 방문판매를 첫 도입한 것은 회사 태동기인 1971년이다.
프레시 매니저 수는 초창기 47명으로 시작해 1990년 7342명으로 늘었고, 2005년부터는 1만3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매출 약 1조원, 발효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이 회사의 매출 95%가 전국 방방곡곡 골목길을 누비는 프레시 매니저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야쿠르트 등 발효유 제품만 건네주던 프레시 매니저의 손길은 이제 밀키트·샐러드 판매, 신용카드 배달 등 '1인다역'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야쿠르트 카트 변천사…"70년대부터 2025년까지"
프레시 매니저의 '짝꿍' 노란색 손수레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스마트 전동카트로 모습을 탈바꿈했다.
1970년대 초반 1세대 카트는 노란색 천박스를 겹겹이 쌓아 수레로 옮기는 형태였다면 80년대 2세대는 바퀴 크기가 대형화되며 이동수단 역할을 강화했고, 90년대 3세대부터 네 바퀴로 진화했다. 2000년대 들어 4세대는 야쿠르트 박스가 대형화·규격화됐다.
2014년 5세대부터 획기적인 변화가 도입된다. 프레시 매니저들이 끌지 않고 탑승해 운행하는 전동 방식이 적용됐고, 동시에 세계 최초로 탑승형 냉장시스템이 장착됐다.
전동카트에 이름도 생겼다. 5세대 냉장 카트의 이름은 '콜드앤쿨'(Cold & Cool)을 따서 '코코'라고 명명했다. 5세대 전동 카트 공차 중량은 296kg이고, 냉장고 용량은 220리터에 달했다.
2021년 내놓은 6세대 냉장 카트 '코코'는 공차 중량을 420kg으로 대폭 넓히고 냉장고 용량도 260리터로 20% 늘렸다.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정겨운 애칭이 창립 50주년(2019년)을 맞아 디지털 마케팅 콘셉트를 강화한 '프레시 매니저'로 바뀐 것도 이때다.
특히 5~6세대 전동카트 '코코'는 새벽배송 등 '속도'를 중심으로 다양해지는 배송시장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지역밀착형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평가다.
◇결제방식 '무조건 현금에서 카드·QR결제도'
기술 발전에 따라 야쿠르트를 사먹는 방식도 바뀌었다.
현금 외의 결제 수단은 상상할 수 없었던 1970년대에는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허리에 찬 동전주머니를 여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동네 단골들이 있었고 장부에 외상을 다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 야쿠르트 전동 카트의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야쿠르트를 사먹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A씨는 "길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도 현금이나 동전이 없으면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카드 결제가 되고 난 다음부터는 그렇지 않다"며 "아이가 길에서 마주친 야쿠르트 카트에서 곧바로 제품을 꺼내고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직접 결제해 사먹을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환경에서 QR결제도 시도됐다.
6세대 코코는 일부 온라인몰 가입 고객에 한해 QR코드만 스캔하면 고객이 고른 제품을 인공지능 비전 센서가 자동으로 인식해, 가져간 수량만 앱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는 기능을 시범 탑재한 바 있다. 일반 고객은 터치 스크린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모바일로 결제하면 상품을 직접 꺼내갈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 배송' 고객에게는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이 집 앞에 걸어둔 '전달 주머니'를 활용해 배송하곤 했다.
현재는 코로나 이후 대면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다시 정기구독 배송 방식의 결제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안전이 최고"…강화된 기능으로 사고 방지·'월 1회 안전교육도'
6세대 냉장카트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강화된 안전 기능이다.
야쿠르트 전동카트는 프레시 매니저가 복잡한 골목길 구석구석을 주행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5~6세대 전동카트는 카트 품질과 마케팅 디바이스는 물론, 안전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최대 속도 8km에 이중센서 브레이크, 열선 손잡이, 주행보조장치 등을 장착했고, 추돌방지센서로 카트 앞 사람이나 물체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도 적용했다. 열쇠로 여닫던 상판 도어는 원격 제어가 가능한 전자식 잠금장치로 바뀌어 도난을 방지한다.
무선와이파이와 무인계산 등 편의서비스도 담았다.
'코코'는 친환경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 등 전기로 구동해 배출가스와 매연이 없고 소음도 적다. 제품 적재 칸은 5℃를 유지하도록 해 냉장 유통용 스티로폼 박스 등 포장 부자재가 필요없게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동카트의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사 측에서는 전동카트의 노후화 문제를 인식했으며 보호장비(헬멧) 착용 등의 견해가 제기됐다.
현재 회사에서는 영업점에서 매달 프레시 매니저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헬멧을 의무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한편 프레시 매니저가 길에서 카트를 타고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익숙한 풍경 뒤로 다소 엉뚱한 의문도 든다. 왜 '야쿠르트 아줌마'는 있는데 왜 '야쿠르트 아저씨'는 없는 걸까.
그 답은 한국야쿠르트의 창업 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故) 윤덕병 창업자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거의 없던 1971년 당시 "주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의지를 갖고 야쿠르트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는 주부들이 가사 외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이렇듯 반세기 넘게 이어진 '야쿠르트 아줌마'의 행보는 단순한 제품 배달의 역사를 넘어, 기술과 사람,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잇는 한국 유통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손수레에서 전동카트로, 현금에서 QR결제로 바뀌었지만, '매일 아침의 미소'라는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바뀌고 시장이 변해도, 소비자 곁을 지키는 '사람 중심의 배송'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미래 혁신이라는 걸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