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길어진 시대, 사망보험금이 '내 삶의 연금'이 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 사진=비즈니스플러스 최연성 기자 

"사망보험도 자녀에게 장례비로 주고 싶기도 하지만 요즘은 내가 쓸 노후가 길어졌잖아요. 그래서 제가 쓸 돈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30일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 출시 첫날을 맞아 실제 고객이 참여한 시연이 진행됐다.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이번 제도는 금융위원회와 생명보험업계가 함께 추진한 새로운 금융 실험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고객은 상담자와 함께 시뮬레이션 화면을 보며 자신에게 맞는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직접 비교했다. 상담자는 "상품 내용은 충분히 설명드릴 수 있지만 결정은 본인이 직접 잘 판단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고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자녀보다 내 노후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사망보험금 유동화 가입 현장 / 사진=비즈니스플러스 최연성 기자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기존 종신보험의 사망보장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가입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를 해약환급금 재원으로 일정 기간 분할 수령할 수 있는 제도다.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 중 계약·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납입이 완료된 계약이 대상이다. 변액형이나 단기납형, CI(중대한 질병 보장) 부가형은 제외된다.

이날 한화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가 1차로 서비스를 동시 오픈했다.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총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2일까지 전 생보사로 확대하고 월지급형·간병연계형 등 다양한 서비스형 상품을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의 취지가 '노후소득 공백 해소'라는 점을 인식했다. 상담자는 고객에게 "선택지가 하나일 때보다 둘 이상일 때 본인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판단이 가능하다"며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에 고객은 "자녀와 상의하지 않고 오로지 내 의사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가입 하고있다.  / 사진=비즈니스플러스 최연성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가입 하고있다.  / 사진=비즈니스플러스 최연성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고객과 함께 시연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소비자가 재정 여건과 노후 계획에 맞춰 유동화 비율을 신중히 선택할 수 있도록 비교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며 "충분한 설명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지난 23일부터 대상 고객에게 문자·카카오톡으로 사전 안내를 실시하고 전국 고객센터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고령층 대상 맞춤 안내 절차를 강화했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상담창구 내 유동화 비교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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