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투자자들, 평소보다 많은 금 보유해야"
달리오 "1970년대 초반과 유사…포트폴리오의 최대 15% 금에 할당하라" "통화가치 하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기에 금은 독보적인 헤지수단" 금값, 7일 온스당 4000달러 넘어 사상 최고치 기록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미국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사진)가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가운데 최대 15%를 금에 할당해야 한다고 권유혔다.
금 가격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과 프랑스의 정치 위기 등으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또 기록했다.
A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7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034768g)당 4013.10 달러(약 568만6600원)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이 4000달러를 웃돈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금값은 올해 들어 사상 최고가 기록을 수시로 갈아치우며 50% 이상 올랐다.
금값 상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2주째로 접어든 미 연방정부 셧다운, 유로권에서 재정적자가 가장 심한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 가중도 안정적인 피난처인 금 거래로 투자자들을 이끌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달리오는 7일 미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열린 ‘그리니치 이코노믹 포럼’ 중 통화가치 하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기에 금이 효과적인 헤지수단으로서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금이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우수한 분산 자산"이라며 "전략적 자산 배분 관점에서 본다면 포트폴리오의 약 15% 정도를 금으로 보유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자산들이 하락할 때 금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달리오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 197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당시 인플레이션, 정부의 과도한 지출, 높은 부채 부담이 화폐자산과 법정통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달리오는 "그렇다면 돈을 어디에 넣어둬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채권 등 부채 상품에 넣는다면 부채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것은 더 이상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달리오의 권유는 일반적인 ‘60 대 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 전략과 대조적이다.
금 같은 대체자산은 일반적으로 수익 창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트폴리오의 한 자릿수 비중만 권장되곤 한다.
달리오는 "금이야말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거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헤지수단으로서 독보적인 자산"이라며 "금은 누구의 지급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초반에도 금값이 주가와 함께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등세에 대해서는 "거품 조짐이 느껴진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평가가치도 과도하게 높아진 현상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달리오는 AI를 둘러싼 투기 열기가 1920년대 후반의 기술 특허 붐,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