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의 벽/②]"제2의 토스는 힘들다"…단순 모방으로는 한계

핀테크 후발주자 실패의 구조 규제·수익성·신뢰의 삼중 장벽

2025-10-05     최연성 기자
사진=프리픽

"후발 핀테크들은 여전히 기술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핀테크 시장은 여전히 토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핀크, 렌딧 등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어느 곳도 토스만큼의 폭발적 성장세나 시장 주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토스 측은 자신의 성공을 '금융거래에서 소비자가 가장 불편하다고 느꼈던 문제를 기술로 단순화하며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초기 송금 서비스는 공인인증서와 복잡한 절차를 없애면서 사용 경험을 혁신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 보험, 투자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빠른 피봇팅과 직관적인 서비스 디자인, 실행 중심의 조직 문화가 결합된 점이 차별적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고객 중심 사고와 신속한 시장 대응력이 토스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초기 플랫폼 확장성과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주목받았지만 금융사업 본연의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보험 자회사의 실적 부진, 개인정보 관리 논란, 대주주 리스크, 상품 포트폴리오 한계 등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간편결제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신사업 확장은 규제와 대면 영업 부재에 가로막혔고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2021년 상장 당시 10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스톡옵션 논란과 수익성 악화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플랫폼 기반 확장을 통해 커머스·결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했지만 금융 본업으로의 진화에는 한계를 보였다. 두나무와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문제 등이 불거졌고 금산분리 규제와 기존 금융사와의 협력 난항으로 사업 확장이 제한됐다. 플랫폼 신뢰와 금융 신뢰가 다르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이 둔화됐다.

뱅크샐러드, 핀크, 렌딧 등 중소형 핀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개방 초기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기업공개(IPO)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다. 핀크는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금융 계열사 의존 구조로 독립적 확장이 어려웠고 렌딧 등 P2P 대출업체는 규제 강화와 부실 리스크 증가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공통된 한계로는 규제, 수익성, 신뢰 확보가 꼽힌다. 금산분리, 전자금융업 인가, 데이터 보안 등 각종 제도적 규제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상장 심사 기준 역시 엄격해 자금 조달이 어렵다. 초기 인프라 투자비용이 높은 데 비해 수익 실현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고 금융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역량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특히 2021년 유동성 장세 시기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이후로 신규 핀테크 IPO 사례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케이뱅크조차 세 번째 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낮은 수익성과 고밸류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결국 토스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으로는 '제2의 토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토스는 규제 환경의 제약 속에서도 고객 중심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신뢰와 수익성의 균형을 이뤘지만 후발주자들은 본업 정체성, 수익 구조, 거버넌스 측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플랫폼 중심 빅테크 기업들이 편의성과 채널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와 안정성, 규제 준수 능력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 중심 접근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IT의 속도와 문화를 금융의 언어로 번역한 사례"라며 "규제, 신뢰, 수익성의 삼중 벽을 넘지 못하는 한 '제2의 토스'는 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비금융기업이 자체 플랫폼에 금융기능을 내재화한 뒤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베디드 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임베디드 금융은 주로 간편결제 등에 집중돼 있어 확산속도나 깊이가 선진국에 비해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 모델과 기술발전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망분리 규제, 비금융회사와의 업무 제휴 및 데이터 공유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면서 "부수업무 및 겸업규제를 완화하고, 은행대리인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