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코스피 2%대 급락…변동성 장세 대비해야
美 GDP 상향 조정·달러 강세에 투자심리 급랭 트럼프 '선불 발언'까지 겹치며 외국인 매도 가속
코스피가 2% 넘게 하락하며 3300선으로 밀렸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 대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다음주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관련주의 경우 하락시 분할매수를, 증시 하락을 우려한 과도한 현금화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5.06포인트(-2.45%) 급락한 3386.05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1조364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322억원, 5596억원을 순매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17.29포인트(-2.03%) 밀린 835.19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923억원, 21억원을 순매수 했으나 외국인은 778억원을 팔았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빠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25% 밀린 8만3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5.47% 급락한 33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빅3' 주가가 하락하면서 AI 관련주들의 거품론이 시장에 깔렸고, 그간 급등에 따른 차익매도 물량이 유입된 탓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는 시장 전반적으로 매도심리를 부추겼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전기 대비 연율 3.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잠정치(3.3%)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로, 2023년 3분기(4.7%)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이는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는 여인이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70% 상승한 98.485를 기록하며 달러 강세를 반영했다.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면서 환율 불안도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1.8원 오른 1412.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점도 시장의 우려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 금액이 3500억 달러며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또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의 투자금액을 일본과 가까운 5500억 달러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보도 또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10원을 돌파한 것은 금리 인하 기대 저하도 원인이지만, 아시아 국가들 대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점이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를 '선불'이라고 언급한 발언 역시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기적 리스크 회피로 해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와 9월 분기 리밸런싱을 앞둔 리스크 회피 성격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경기방어주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IT 업종은 매도 압력에 노출됐다"면서도 "저가 분할 매수 전략으로 접근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9월 폭등 랠리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을 덜어내는 성격"이라며 "다음 주까지 차익 실현과 연휴 전 수급 공백으로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주식 매도 후 과도한 현금 비중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