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은행 영향 제한…저축은행·상호금융 중심 자금 유입
비은행권 예수금 급증, 연말 자금이동 변동성 우려
이달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연말 만기 도래 예수금과 수신금리 경쟁 심화로 인해 금융기관 간 자금 이동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과도한 경쟁이 취약 금융사의 경영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 확대 결정 이후 저축은행 예수금은 4월 말 대비 8월 말 4.0% 증가했다. 특히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예금은 5.4% 늘어나 전체 예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1%(4월 말)에서 14.8%(6월 말)로 높아졌다. 반면 5000만원 이하 예금은 같은 기간 0.4% 증가에 그쳤다.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예수금 증가율이 9.7%에 달한 반면 하위 20개사는 0.9% 감소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규모별로는 대형 저축은행(3.9%)보다 중형(4.6%)·소형사(4.3%)의 증가율이 높았고 지역별로도 수도권(3.9%)보다 지방 소재 저축은행(4.6%)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는 대형·수도권 은행으로 자금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응해 중소형사와 지방사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상호금융권 역시 예금보호한도 상향의 수혜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도입된 유동성 비율 규제로 자금 확보 부담이 늘면서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돼왔고 이로 인해 예수금이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상호금융은 5000만원 이하 예금 비중이 66.2%에 달해 제도 개편 효과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권은 상황이 달랐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 예금 중 1억원 초과 비중이 이미 74.1%에 달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개인예금은 금리 하락과 자산 다변화로 증가세가 둔화했고 법인예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며 전체 수신을 뒷받침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1억원 이하 예금 비중이 높아 향후 금리 수준에 따라 자금 이동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향후 전망과 관련해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특히 저축은행의 자금 유입을 늘릴 수 있다"며 "시장금리 하락 국면에서 고금리 수신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 축소 전 자금 이동 등이 맞물려 비은행 예금기관의 수신은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경고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모두 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비중이 커 연말 자금 이동 규모가 확대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건전성이 양호한 금융기관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수신경쟁이 심화하면서 금융기관 간 예금금리 차이가 커지면 자금이동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일부 취약 금융기관은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 리스크 요인을 감안해 취약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건전성과 자금흐름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