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상생⑥/공정위]점주 단체협상권 보장한다…획기적 대책 발표

가맹점주 입장 반영해 종합대책 내놔 가맹본부 반발 우려에도 "상생 위해 추진될 듯"

2025-09-25     김현정 기자
사진=미드저니

소상공인들의 대표적 자영업종인 프랜차이즈 업계의 본사와 가맹점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원재료값 및 배달수수료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과도하게 떠넘긴다는 일부 가맹점들의 불만 등이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대표적. 여기에 본사의 일방적인 매장 인테리어 추진, 할인 이벤트 진행 등에 대한 논란도 프랜차이즈 업계 일각에서 지속되는 상태다. 이같은 논란은 본사와 가맹점간 사전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상생'을 외치며 동반 성장을 내세웠던 프랜차이즈 업계의 약속도 빛바랜 모습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생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사례와 원인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최근 쿠팡이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 후 첫 직권조사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돼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조사 결과, 쿠팡은 납품대금 연동약정서를 수개월간 고의로 지연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중소·자영업·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 협력을 위해 나서고 있다.

25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3일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가맹점주의 협상권과 계약해지권을 보장하고 가맹본부와 협상할 수 있는 '공적 대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가맹점 창업과 운영, 폐업의 전 과정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가맹본부에 대해 '정보공개서 공시제'를 도입하고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정보공개서는 기존에도 시·도·공정거래조정원의 심사를 거쳐 가맹 희망자에게 제공됐지만, 사전 심사 기간이 긴 탓에 가맹 희망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적시에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사전 심사 없이 정보공개서를 공시의 형태로 공개하되 허위로 공시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허위 공시에 대한 과태료 상한도 기존 1000만원보다 올리는 안이 추진된다.

다만 정보공개서 공시는 '변경 등록'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처음 등록하는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는 기존과 같은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가맹점 운영 과정에서 점주의 협상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도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단체협의 요청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가맹본부가 대표성 부족 등을 이유로 협상을 거부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가맹점주단체에 '공적 대표성'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의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로 마련한다.

공정위가 가맹본부에 협의명령을 내린 뒤 불응하면 검찰에 고발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등 형벌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가맹본부의 부담 가중을 우려해 점주단체의 협의요청 횟수를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협의 거부가 가능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폐업 시 가맹점주의 '계약해지권'을 가맹사업법에 명문화하는 안도 포함됐다.

계약해지권은 기존에도 상법에 근거가 있지만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사유와 절차 등을 포함한 계약해지권을 규정해, 과도한 위약금 부담 없이 가맹점주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계약준수 원칙을 벗어나는 만큼 해지 사유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제한한다.

가맹점주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약금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정보공개서에 '중도해지 가맹점의 평균 영업위약금 부담액'도 추가하기로 했다. 특별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도 계약이 갱신되는 '묵시적 가맹계약 갱신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계약갱신 예정 사실을 점주에 통지하는 의무가 가맹본부에 부과된다. 가맹본부가 불필요한 품목 구매를 강요하는 등의 부당행위는 법 집행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은 수년간 지속된 제도개선에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분쟁이 늘어나서다. 지난해 공정위의 실태조사에서 가맹점주의 54.9%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가맹점주는 본부보다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를 시정하는 것이 가맹점주의 권익을 향상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방침은 추후 법률 개정을 통해 국회 입법 논의를 거칠 전망이다.

◇가맹본부 반발 우려…"글로벌 경쟁력 해친다"

가맹본부가 크게 반발하지 않으면 공정위의 이번 대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맹본부는 우선 비용 부담 측면에서 반발의 소지가 있다.

정보공개 확대나 표준계약서 강화, 가맹점주단체 협의 의무화 등은 가맹본부에 고스란히 행정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필수품목 가격 산정 근거 공개나 광고·판촉비 투명화는 가맹본부의 수익 구조를 흔드는 부분이라서 본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맹점주단체의 협의 요청 거부 시 제재될 수 있다는 협약은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경영 상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자칫 민간 자율의 계약 영역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으로 벌질 우려가 있다.

또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이같은 공정위의 규제 강화가 궁극적으로 브랜드 경쟁력 약화롤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자국 내 규제 강화로 인해 외국 브랜드에 밀릴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가맹점주들의 상생 요구가 거세고 정치·여론적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가맹본부의 반발이 있더라도 상생 대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제반 요건을 고려해 대책이 조정·보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가맹점주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맹점주협회 관계자는 "점주들의 생계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며 "본사와 점주 간 상생은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초석"이라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