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인사이트]"AI의 경제성장 효과, 美GDP에 반영되지 않아"
골드만삭스 "1150억달러 규모의 사각지대…통계서 AI 성장효과 과소평가" "AI가 美경제에 1600억달러 추가했으나 그 중 450억달러만 GDP에 반영"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가 '중간 투입재'로 처리되기 때문"
인공지능(AI)이 기업 환경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그 성장 효과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AI가 미 경제에 1600억달러(약 221조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으나 국내총생산(GDP)에는 450억달러만 반영되고 나머지 약 1150억달러가 통계상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의 GDP 계산 방식이 반도체를 ‘중간 투입재’(intermediate input)로 분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미 기업들의 매출이 2022년 이후 4000억달러 증가했다"며 "이는 AI가 최근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의 공식 통계는 이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기술이 2022년 이후 미국의 실질 경제 활동 규모를 약 1600억달러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GDP의 0.7%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식 GDP 수치에는 이 가운데 약 450억달러(0.2%)만 반영되고 약 1150억달러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격차는 기업이 보고하는 실적과 정부가 측정하는 방식 사이의 차이를 반영한다.
BEA의 GDP 계산 방식은 반도체 같은 고성능 칩을 중간재로 간주한다. 중간재는 이를 통해 생산된 최종 제품이 판매될 때만 최종 수요로 포함돼 GDP에 반영된다.
따라서 AI 학습을 가능하게 만드는 고성능 반도체는 ‘투자’로 분류되지 않고 수입될 경우 GDP에서 오히려 차감된다.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쓰였음에도 이 비용이 GDP에 투자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칩이 최근 몇 년 사이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최종 산출 가치가 아직 완전히 자본화하거나 GDP에 측정되지 않은 무형자산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AI 모델 및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솔루션 개발에 약 750억달러가 투자됐으나 공식 투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최근의 수입 정책 변화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보처리 장비에 대한 기업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수입 관세 시행에 앞서 기업들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서둘러 수입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증가세가 "관세 시행 전 1회성 선행 수입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AI 투자 수요를 과장하는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수입은 GDP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투자 증가가 GDP 수치에서 일부 상쇄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요 지표에서도 AI의 경제적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업들도 AI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주는 데 애먹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초순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뉴욕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업들 중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AI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AI가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치로 제시한 기업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