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미스트랄의 세 창업자, 佛 최초 AI 억만장자

미스트랄 기업가치 16.3조…각자 1.3조 순자산 보유 미스트랄, 美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대안으로 스스로 자리매김 "지난 2년간 성장속도는 정말 놀라운 수준"…챗GPT나 딥시크의 대안 美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 위해, 주권 문제 우려하는 고객들 위해 노력 중

2025-09-16     이진수 선임기자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의 아르튀르 망슈 최고경영자 / 사진=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의 세 공동 창업자가 최근 투자 라운드로 기업가치를 117억유로(약 16조3100억원)로 평가받으면서 프랑스 최초의 AI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르튀르 망슈(33) 최고경영자(CEO), 티모테 라크루아(34)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욤 랑플(34)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각각 11억달러(약 1조533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각자 미스트랄 지분 8% 이상을 보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이 미스트랄을 공동 창업한 것은 2023년 파리에서다.

미스트랄은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C 투자 라운드로 17억유로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번 라운드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새롭게 투자자로 참여했다.

망슈 CEO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공동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여전히 지분의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미스트랄을 유럽 내 AI 스타트업 가운데서도 영향력이 더 큰 존재로 만들었다. 프랑스에서 정치적 입지도 강화됐다.

미스트랄은 오픈AI와 구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의 대안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공동 창업자들의 신흥 부(富)는 코딩 도구 제공 업체 애니스피어, 데이터 클라우드 운영사 코어위브, 검색엔진 퍼플렉서티 같은 미국의 AI 유니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됐다는 뜻이다.

미스트랄은 설립 초기부터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다른 개발자들이 직접 실행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지 일간 르몽드는 이런 접근법을 ‘다른 AI 기업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스트랄 초기 투자자인 영국 런던 소재 유럽 벤처캐피털 업체 인덱스벤처스의 줄리아 앙드레 파트너는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미스트랄이 지난 2년간 보여준 성장속도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며 "이처럼 빠르게 팀을 구성하고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며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신뢰를 쌓은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스트랄은 생성형 거대언어모델(LLM)과 챗봇 ‘르샤’(Le Chat)를 개발 중이다. 르샤는 챗GPT나 딥시크의 프랑스판 대안이다.

이에 많은 투자자가 미스트랄을 유럽에서 글로벌 AI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고 후보라고 본다.

하지만 앤스로픽이나 오픈AI처럼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미 기업들과 비교하면 규모는 여전히 작다. 일례로 최근 앤스로픽이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830억달러에 이른다.

미스트랄은 약 35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본사는 파리 중심부에 자리잡고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의 총가치는 14억유로에 이른다.

아르튀르 망슈 최고경영자(CEO·맨 왼쪽)는 미스트랄 공동 창업자 3인 가운데 대외적인 얼굴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맨 오른쪽),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에 자주 게시한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망슈 CEO는 공동 창업자 3인 가운데 대외적인 얼굴로 사업 성장과 자금 유치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에 자주 게시한다.

반면, 나머지 두 공동 창업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망슈 CEO는 프랑스 최고 명문 이공계 대학 에콜폴리테크니크 졸업 후 구글딥마인드에서 약 3년간 근무했다.

랑플 CSO도 에콜폴리테크니크 출신이다. 그는 졸업 이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공부했다. 라크루아 CTO는 에콜노르말쉬페리외르에서 학업을 마쳤다.

두 사람 모두 메타에서 근무하다 미스트랄을 창업했다.

망슈 CEO는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유럽의 인재 풀이 미스트랄의 강점이라고 강조하며 성공에 대한 압박감도 언급했다.

그는 "미스트랄이 유럽에서 유일하게 생성형 AI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분명 어깨에 짐을 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뿐 아니라 주권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다른 국가의 고객들을 위해서도 AI 분야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과 비교해 투자 유치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현지 시장분석 기관 딜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2억달러는 40억달러가 넘은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규제와 시장 통합의 부재다.

핀테크 스타트업 스피코의 폴-아드리앵 이폴리트 공동 창업자 겸 CEO는 "유럽연합(EU)이 단일 시장이라고들 말하지만 금융 상품 발행 규제 방식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라며 법률·규제 시스템의 파편화에 대해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자국 내 사업 확장에 집중하거나 다른 국가 진출시 복잡한 규제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주식 옵션·법인 규정도 제각각이다.

앙드레 파트너 역시 "EU에 27개 법률 시스템이 있다"면서 "법인 설립, 인재 유입, 스톡옵션 제도 같은 핵심 사항에서조차 국가별 차이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포브스는 이에 따라 ‘EU Inc.’라는 스타트업 생태계 단일화 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함께 EU의 실질적인 단일 시장 형성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