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금융권, 서민금융기금 법제화에 '출연 부담 가중' 우려
배드뱅크·교육세에 이어 또 다른 출연금...금융권 '당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법안 발의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권이 연이은 출연금 부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11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서금원이 기존에 운용하던 '서민금융보완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하나로 통합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배드뱅크 설립에 따른 출연금, 교육세 인상 등에 이어 또 다른 출연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구체적인 출연요율과 산정 방식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돼 향후 부담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출연요율과 산정 방식은 서민금융지원법 시행령으로 정한다"며 "법안 처리를 전후해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부담 수준은 나중에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도 금융권은 서금원 운영을 위해 매년 3월 출연금을 납부하고 있다. 각 은행별로 단기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산출된 출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구조다. 법제화가 되면 이런 출연 의무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의 주요 목적은 현재 연 15.9% 수준인 햇살론15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경제성장률의 10배가 넘는 15% 이상의 이자를 주면 서민들이 어떻게 살 수 있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햇살론15의 실제 구조를 보면 문제가 더 복잡하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질 부담은 은행 대출금리 15.9%에 서금원 보증료 7-8%를 합친 23-24% 수준이다. 저신용자들의 높은 연체 위험을 반영한 보증료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15.9%의 금리 수익을 얻지만 동시에 해당 대출에 대한 충당금 설정과 위험가중치 적용 의무를 져야 한다. 서금원이 보증을 제공하더라도 은행 입장에서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 부담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새로운 기금이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줄이려면 보증료 구조 개선이나 추가적인 이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금 설립은 이르면 2027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 개정 후에도 기금운용계획 수립, 국무회의 의결, 예산편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금융위원회가 조직 개편 등 내부 이슈로 불안정한 상황인 점도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도 금융권과의 사전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톱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는 요구들이 점점 많아지니 난감해하는 분위기"라며 "부담이 다 늘어나고 있어 순익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토로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