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니]오키나와 인기술 '아와모리 사케', 한국팬과 만났다
니혼슈코리아, 고객 초청 시음회…숙성도에 따른 사케 5종 선보여
일본 오키나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와모리' 사케가 한국 팬들과 만났다.
'아와모리' 사케를 수입·판매하는 니혼슈코리아는 3일 서울 교대 '참치한상'에서 고객 30명을 초청해 '아와모리' 사케 시음회를 개최했다.
'아와모리' 사케는 오키나와 지역의 고대 류큐 왕국의 전통주다. 류큐 왕국은 일본과 다른 언어를 쓰며 19세기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국제 교역국이다. 류큐 지역민들은 '아와모리' 사케를 주로 기름진 돼지고기 요리와 함께 마신다. 이날 행사에서는 참치회와 페어링해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했다.
아와모리 사케는 일반적인 일본 사케들과 발효 방식이 다르다. 쌀을 삭히는 기존의 사케 발효 방식은 무더운 오키나와 기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이에 아와모리 사케는 원료가 되는 쌀을 모두 누룩으로 만든 뒤 그대로 발효해 술을 빚는다. 숙성 용기도 항아리 등을 사용하므로 쌀의 풍미가 살아있다.
위스키나 브랜드와 같은 증류주로 분류되지만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 본격소주의 원류'라고 불린다.
여러 항아리 용기에서 숙성시킨 원액을 새로운 항아리에서 오래된 항아리로 차례로 옮겨 섞는 방식으로 술을 서로 어우러지게 해 맛있는 술을 언제든지 맛볼 수 있도록 저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200년짜리 고주(3년 이상 숙성시킨 아와모리)도 보관돼 있었지만 태평양 전쟁 후 명맥이 끊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알콜 도수는 30~43도나 25도 이하 등 다양해 마시는 방법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오키나와현 서울사무소의 이나미네 나츠키 소장도 참가해 환영사를 전달했다.
나츠키 소장은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오는 한국 여행객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오키나와의 문화를 알리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치회와 함께 페어링한 '아와모리' 사케는 총 5종이다. '즈이센 30' '즈이센 코슈 40' '오모로 10년' '오모로 15년' '도난 하나사키60' 등이다.
기자가 시음해보니 갓 증류해낸 신주에 3년 이상 숙성된 코슈를 10% 이상 블렌딩한 '즈이센 30'은 햇술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맛이 톡톡 튀었다.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얼음을 넣거나 하이볼로 만들어 마셔도 된다.
'즈이센 코슈 40'은 장기숙성 아와모리 여러 종을 블렌딩한 즈이센의 대표 상품이다. '오모로 10년'과 '오모로 15년'은 고품질 원액을 선별해 옹기항아리에서 최소 10~15년 숙성시킨 제품이다. 숙성연도가 높아질수록 알싸하고 매운 맛(카라구치, 辛口)은 옅어지고 원숙하고 부드러운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는 깔끔한 쌀의 달콤함이 입 안에 머물렀다.
'도난 하나사키60'은 매운 맛이 극대화돼 보드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도수가 셌다. 이 술은 일본의 국경에 위치한 요나구니섬에서 생산돼 '국경의 술'로 불리며, 높은 도수를 위한 특수 제조공정이 도입되기 때문에 일본 내 생산·판매량이 극히 적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인터넷 참치 동호회 회원들로 시음회 동안 풍부한 사케 지식을 뽐냈다.
50대 A씨(직장인, 남)는 오키나와식 사케 건배사인 "카리~"를 외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카리"는 류큐 방언으로 '행운'이라는 뜻으로 술자리에서 상대방의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인사로 쓰인다.
또한 오키나와 전통 '류큐 유리' 공예로 만든 잔에 아와모리 사케를 담아 건네기도 했다.
'류큐 유리'는 오키나와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코카콜라나 맥주 병을 녹여 전통적인 유리 공예 방식으로 잔, 병, 그릇 등을 만든 것으로 기포가 많이 들어가면서도 투박하고 따뜻한 느낌이 특징이다. 현재는 새로운 유리 원료에 일부러 기포를 내서 제작하기도 한다.
류큐 아와모리 사케를 제조·판매하는 즈이센 주조는 1887년 나하시 슈리에서 창업한 140여년 전통의 업체다. 2000년부터 일본 전국에 아와모리 사케를 공급하고 2002년부터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2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니혼슈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여행 열풍이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오키나와의 전통 문화인 아와모리 사케를 더 많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색다른 페어링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