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10대 건설사 공사 미수금 '21조원'…협력업체 줄도산·고용감소 '비상'
미분양 증가·자금 회수 지연에 건설 산업 전반으로 충격 확산 가능성 커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대형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와 자금 회수 지연이 맞물리면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고, 그 여파는 협력업체 도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은 21조453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한 규모다. 공사 미수금은 공사 완료 후 발주처에 청구했으나 지급되지 않은 금액이다.
10대 건설사 중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6360억원에서 6조336억원으로 30%가량 증가했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등 해외 현장뿐 아니라 국내 아파트 공사 대금 회수 지연이 겹친 결과다.
문제는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21년 6월 1만6289가구에서 올해 6월 6만3734가구로 늘어났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도 같은 기간 9008가구에서 2만6716가구로 급증했다.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정산하는 국내 건설 구조상, 미분양은 곧바로 유동성 압박으로 연결된다. 장기화 시 중소 건설사와 하청업체부터 시작해 대형사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폐업 증가도 뚜렷하다. 올해 7월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309곳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타격이 컸던 지난해 같은 기간을 웃돌았다. 하루 평균 1.5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고용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14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상반기 27만4000명이 줄어든 이후 26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공사를 마쳤지만 청구조차 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액은 15조3957억원에 달했다. 인건비·자재비 상승으로 예산을 초과해 발생한 비용을 발주처와 조율하지 못하면서 미청구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심화되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미분양 확대와 자금 회수 지연이 이어지면 건설사 단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시장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자금 순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