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한미 정상회담, 조선·원전·LNG '최대 수혜'…중재자 한국 입지 부각
6대 전략산업 한미 협력으로 '모멘텀 강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산업적 성과는 조선을 필두로 원자력·에너지(LNG)·항공·전략광물 등 6대 전략 분야에서 협력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조선 능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의 도움을 요청했고, 원전 및 SMR, 항공기 계약 등 포괄적인 협력 논의가 오갔다.
◇조선주, 꾸준히 지켜봐야 할 업종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HD현대는 한국산업은행·서버러스 캐피탈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선산업 공동투자 프로그램 조성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공급망 강화, 자율운항·AI 기반 첨단조선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상선 및 특수선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 조선소 공동 건조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배를 잘 만든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며,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현지 노동자와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라고 말해 양국 간 조선업 협력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MASGA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그 일을 추진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에도 조선주 주가는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6.18% 급락한 10만7800원을, HD현대중공업은 3.80% 하락한 46만8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3.00% 뛴 2만600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조선, 에너지 협력 등이 언급되었으나 재료 소멸로 차익실현이 출회됐다"며 "반면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MOU를 체결하면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주가 하락에도 조선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은 투자 기간이 짧은 투자자들에 있어 매도 이벤트라는 시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역할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뒤로 미뤄졌으며, 단기간 내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직접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된 만큼, 한국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가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긍정적인 투자시각을 유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항공 부문 긍정적 환경 조성
원자력 및 에너지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AWS·엑스에너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4자 협력에 나섰다. AWS는 약 7억 달러를 투자해 2039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며, 엑스에너지는 80MW급 SMR 64기를 건설한다. 또 두산은 페르미 아메리카와 MOU를 맺고 텍사스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원전·SMR 기자재를 공급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미국 센트러스와 우라늄 농축시설 공동 투자에 나섰다. 한국가스공사는 트라피구라 등과 LNG 도입 계약을 체결, 2028년부터 10년간 연간 330만 톤을 추가로 들여온다. 기존 미국산 LNG 수입량(386만 톤)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역시 차익 매도물량이 유입되며 3.95% 하락한 6만3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 역시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AI 개발을 위한 안정적이고 무탄소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SMR 등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SMR 글로벌 투자금액이 증가하는 환경 아래서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 등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60기 이상 SMR 수주로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한항공은 보잉과 항공기 103대, 362억 달러(약 50조원) 규모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GE에어로스페이스와도 139억 달러(약 19조원) 규모 엔진 계약을 맺으며 항공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증권가 한미 정상회담 '긍정적 평가' 한목소리
증권업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더 이상 미중 경쟁 구도에서 중개자 입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의 양자택일 구도를 중재자 역할로 전환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주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면 한국은 '고래 사이에 낀 새우'에서 '갈등의 중재자'로 변화하게 되며 양국과의 교역 관계에서 당당하게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산업적 입지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은 훈훈한 분위기로 양국의 협력과 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외교적 갈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으로 조선, 에너지 등이 다시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대북 테마도 부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