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무신사, IPO 본격화… 'K-패션 플랫폼'으로 도약 이뤄질까
증권업계 "단순 온라인몰 이상의 가치" 10조 밸류는 논란중…PER 143배 부담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업계는 긍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목표로 잡은 기업가치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만큼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측은 지난 18일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RFP 발송부터 상장까지 무난히 절차가 진행된다면 1~2년 이내에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2001년 스트리트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무신사스토어'와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 플랫폼 '29CM',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과 글로벌 플랫폼을 론칭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증권업계는 무신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순 온라인몰 그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무신사에 대해 "K-패션의 올리브영이자 실리콘투"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신사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 SPA보다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무기로 MZ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며 "이는 인디 뷰티 브랜드 성장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 4~5월 무신사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 성장이 추정되며, 성수에서 도쿄까지 확장되는 오프라인 채널과 글로벌 브랜드 총판 사업을 통해 해외 K-패션 수요도 빠르게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신사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무신사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12.5% 늘어난 4조5000억원, 매출액은 25.1% 증가한 1조2400억원, 영업이익 9배 증가한 10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플랫폼 다각화와 자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확장, 일본 중심 해외 진출이 성장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무신사 측이 제시한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현재 사업 규모 대비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무신사는 2023년 하반기 투자 유치에서 약 3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혜인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는 글로벌 플랫폼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10조원 기업가치는 애널리스트들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지난해 당기순이익(698억원) 기준 10조원의 PER(주가수익비율)을 받기 위해서는 143배에 달해야 한다. 글로벌 패션·커머스 플랫폼들의 평균 PER이 10~30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높다.
다만 해외시장 개척과 오프라인 확대 등에 속도가 붙을 경우 우려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혜인 연구원은 "카테고리 확장과 일본 시장 진출 등으로 중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이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흑자 기조의 안정적 유지와 해외 시장에서의 구체적 성과,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에 대한 뚜렷한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단순한 패션 플랫폼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는 구체적 비전 역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