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2기 리더십/③]임종룡 회장, 종합금융 완성했지만…남은 숙제는 '신뢰'와 실행력

보험·증권 품은 종합금융그룹…2년 만에 완성

2025-08-07     최연성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에서는 초기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결속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과 미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각 금융지주 수장의 재임 연장 배경과 향후 경영 과제, 그리고 업계 판도를 바꿀 전략적 행보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지주가 마침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했다. 취임 2년여 만에 증권·보험사를 다시 품으며 '풀라인 금융그룹' 복원을 마무리한 것이다. 지난 7월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공식 편입하며 생명보험업에 11년 만에 복귀했다. 이번 인수는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동양생명은 1조2840억원(75.34%), ABL생명은 2654억원(100%)에 각각 인수됐다. 두 보험사의 합산 자산은 53조2427억원에 달하며 이는 신한라이프, 농협생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2015년 우리투자증권을 각각 매각한 바 있다. 이후 10여 년 만에 보험·증권 부문에 모두 재진입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공백을 실질적으로 해소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장기 리스크 관리 역량 확보와 자산 구성 다변화를 통한 비은행 수익기반 강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3월에는 우리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취득했다. 이를 통해 종합증권사 지위를 확보하게 됐으며 기업금융(IB)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파생상품,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등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여의도 금융 중심지에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은행 IB그룹을 배치해 IB 거점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주주환원·시장신뢰 성과도 뚜렷…주가 143% 상승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은행지주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하려는 전략이었다. 목표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이상 유지 등을 제시했고 ROE는 실제로 2023년 8.3%에서 지난해 9.3%로 상승했다.

올해 2월에는 분기배당 확대를 공식화하며 주주환원 정책에 추가 동력을 실었다. 2023년과 지난해 사이에는 총 2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단행해 주당가치 상승을 직접 견인했다. 이외에도 실적 발표 일정을 연초에 미리 공지하고 영문 IR(투자자 관계) 공시 확대, 사전 Q&A 기반 글로벌 투자자 소통 시스템 등 IR 전환도 전사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은 시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2023년 3월 임 회장 취임 당시 1만1010원이던 주가는 올해 7월 2만6750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143% 상승이라는 수치는 4대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으로 외국인지분율 역시 46.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SG·사회공헌도 '트리플 크라운'

우리금융은 ESG 경영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세계적 투자정보기관인 MSCI로부터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ESG 평가 'AAA' 등급을 획득했다. 동시에 DJSI World 인덱스와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도 포함돼 글로벌·국내 두 방향에서 모두 최고 수준의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ESG 실천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금융은 총 520억원 규모, 132개 공익사업을 운영했다. 구체적으로는 굿윌스토어를 통한 발달장애인 고용 확대(1500명 목표), 다문화장학재단을 통한 청소년 교육지원,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회복 프로그램, 미혼부모·청년·저소득층 생계지원 사업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설계됐다. 울진~태안 구간을 잇는 '동서트레일' 국가숲길 조성사업에도 유일하게 민간금융사로 참여해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강화했다.

◇디지털 전환과 AX 기반 AI 전략…금융업계 전환 가속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과 함께 'AX(인공지능 전환)'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올해 현재까지 챗GPT 기반의 생성형 AI(인공지능)를 대고객 상담, 직원 업무지원 등에 적용했고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전사 업무의 AI 최적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는 서울대 이재진 교수의 초청 강연과 함께 디지털혁신부문장의 AX 전략 발표, 실무진 25명 소개까지 이어지며 그룹 차원의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AI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라며 AX 인재를 미래 핵심 인력으로 육성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디지털 포용도 함께 확대됐다. 대표적으로는 2022년 출시한 '원비즈플라자'를 중심으로 전자결제-공급망관리-정산을 통합한 PG 솔루션을 구축했으며 'SAFE정산', 'e-MP' 등 특화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정산 안정성과 비용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내부통제, 신뢰회복은 여전히 과제

그룹 구조혁신과 외형 성장 이면에는 반복된 내부통제 사고로 인한 신뢰 문제도 존재한다. 2023년 우리은행에서는 약 17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2300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적발되며 금융당국의 징계와 지적을 받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통보했고 금융위원회는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시 '내부통제 개선 이행'을 부대 조건으로 붙였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표현하며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체계 재정비와 윤리경영 강화 방안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통제 리스크 사전 진단, 비위 사안 제로화를 위한 평가체계 도입, 윤리 의식 고도화를 병행하는 '조직 신뢰 회복 플랜'도 실행 중이다.

◇"이제는 실행의 시간"…시너지 창출 시험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우리금융은 계열사 확대의 성과를 실질적인 그룹 시너지로 연결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계열사 간 협업', '디지털 기반 보험모델 실행', 'WM-IB-보험 간 연계 상품 개발', 'AX 기반 상품 기획' 등은 이제 실행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지난달 11일 개최된 '우리 WON day' 행사에서 임 회장은 "여러분 모두 우리금융 가족이 됐으니 이제 서로가 서로의 피보험자"라고 강조했고 실질적 통합 이후 신뢰와 소통, 조직문화 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직 간 융합과 이질적 문화 통합이라는 '무형의 리스크'를 넘어서야만 현재까지의 구조 혁신이 시장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십·성과·미래…완성 이후가 진짜 시작

지난해 3월, 공적자금 완전상환과 민영화를 마무리한 우리금융은 명실상부한 독립 금융지주로 자리잡았다. 이후 1년여 만에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하며 전략적으로는 성공적인 2기를 운영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은행·증권·보험 아우르는 종합금융체제 완성과 신뢰받는 금융사, 글로벌 투자자와 사회 모두에 가치창출하는 금융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