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단통법 호재 만난 SK텔레콤…"역성장이지만 괜찮아"
실적 부진 불가피…단통법 해제로 마케팅 명분 확보 소비자 혜택·점유율 확대, 장기 성장 발판 마련
"진퇴양난이던 SK텔레콤에 단통법 해제가 구원의 손길이 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유심(U-SIM) 해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SK텔레콤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해제를 계기로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역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익 회복과 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700원) 오른 5만62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 5만6000원선에서 출발한 주가는 4월 22일 5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같은 날 유심 해킹 사건이 불거지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5월 22일에는 장중 5만400원까지 밀렸으나, 회사의 사과와 대응책 발표 이후 서서히 회복하며 연초 수준을 되찾았다.
실적은 단기 부진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3949억원, 3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27.8% 감소가 전망된다. 다만 1800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약 550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회성비용을 제거하면 2분기 SK텔레콤의 연결 영업이익은 5500억원 수준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2025년 연간 실적으로 봐도 유심 해킹 관련 영업이익 감소분은 대략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3분기 역시 매출 4조1197억원, 영업이익 206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1%, 61.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익 감소의 배경에는 피해 보상과 보안 투자 확대가 있다. 여기에 단통법 해제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되면 비용 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실적에 부담이지만 소비자 혜택 강화와 브랜드 신뢰 회복, 신규 가입자 유입으로 장기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경우 여론의 뭇매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단통법 해제를 계기로 공격적인 비용집행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심 해킹 사태 직후 큰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단통법 해제가 실적 조정과 마케팅 재투자의 적절한 명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익 감소는 유심 교체 비용과 대리점 지급 수수료, 가입자 이탈, 요금 할인 등 보상안 관련 비용 때문"이라며 "개인정보위원회의 과징금이 마지막 비용 이슈로 하반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침해사고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것은 주주환원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언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역대 가장 큰 실적 낙폭을 예상하지만, 주가는 주주환원을 토대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