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인사이트]美경제, 최근 발표된 지표보다 더 취약할 수도

겉보기에 美경제가 탄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주택시장, 노동시장 등 여러 지표는 다른 이야기하고 있어

2025-08-02     이진수 선임기자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7월 들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다던 5∼6월 고용 증가폭도 이례적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미 노동부는 7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 전망치 10만명을 크게 밑돈 수치다.

노동부는 지난 5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폭을 종전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12만5000명이나 하향 조정했다.

6월 일자리 증가폭도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13만3000명 하향 조정했다.

조정폭은 총 25만8000명이다. 통계치 조정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같은 대폭 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5∼6월 고용 증가폭이 월 평균 1만명대에 머물렀다는 것은 미국의 고용 사정이 이미 위축돼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겉보기에 미 경제가 순항 중인 것 같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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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분석 전문 업체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앞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겉보기보다 덜 강력할 수 있다는 몇몇 신호를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3%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택시장, 노동시장, 소비자 및 기업 재정 상태 등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는 약세 신호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식고 있는 주택시장=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케이스 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평균 0.34% 하락했다.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라면서 주택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별도 보고서에서 "미 주택 건설 활동이 둔화하고 주요 시장에서 집값이 떨어지면서 침체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약세 신호=두타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경제조사단체 컨퍼런스보드의 노동시장차지수(Labor Market Differential)가 최근 11.3으로 하락해 이번 경기 사이클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차지수는 일자리가 많다고 느끼는 소비자 비율과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소비자 비율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상승하면 실업률은 하락하고 떨어지면 상승하는 패턴이 오래 지속돼왔다.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수가 악화한 데 대해 "낮은 실업률에도 실제 노동시장 여건이 기대보다 약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달간 민간 부문에서 고용과 해고 모두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느리게 고용하고 느리게 해고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사진=AFP연합뉴스

◇약해진 미국 소비자=더 많은 미국인, 심지어 고소득층조차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밴티지스코어에 따르면 연소득 15만달러(2억850만원) 이상 가구의 연체율은 2023년 이후 배 이상 증가했다. 중간 및 저소득층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다.

연소득 4만5000~15만달러 가구의 연체율은 60%, 4만5000달러 미만 가구는 22% 늘었다.

밴티지스코어는 미국의 3대 신용정보기관인 에퀴팩스, 익스피리언, 트랜스유니언이 공동 개발한 신용 평가 시스템이다.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주로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노동시장 악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 지출 역시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미국인이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해 말 5.7%에서 올해 6월 4.7%로 성장률이 둔화했다.

◇기업 부실 증가=기업 대출 부실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분기 미 기업 부도 채권 규모가 270억달러로 전 분기 150억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무디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24년 말 미 상장기업의 평균 부도 위험이 9.2%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 관세 발표 이후 미 신용시장이 상당히 악화하고 있다"며 "여러 산업 전반에서 기업 부실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