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인사이트]"美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피한 듯"
BofA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어" "트럼프의 정책, AI 투자 같은 요소들이 오히려 경기호황 뒷받침"
몇 달 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암울한 결과를 미국 경제가 성공적으로 피한 듯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이라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보다 경기순환적 호황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책 당국이 금리인하로도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우려한 투자자들에게 스태그플레이션은 큰 공포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6월 실시한 BofA의 조사에서 많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세계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BofA의 전략가들은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던 기존 전망으로부터 벗어나 경기호황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경기호황’이란 평균 이상의 성장률과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제 상황이다.
BofA의 전략가들은 "중간선거가 몇 분기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 정부는 지금 친성장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과 공공 부문은 인공지능(AI), 인프라, 제조 분야에 엄청나게 지출하고 있다.
특히 AI와 관련해 BofA의 전략가들은 올해와 내년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컴퓨팅 및 하이퍼스케일러 스토리지 같은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로부터 7000억달러(약 979조7900억원)에 이르는 설비투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분기마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 외 지역의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 역량 확대를 계획하는 일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인프라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BofA의 미 경기국면지표는 현재 미 경제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BofA의 전략가들에 따르면 미 경제는 회복 국면의 문턱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경기국면지표는 지난 6월 소폭 하락했다. 이는 미 경제가 여전히 ‘하강’ 국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BofA는 이런 하강 국면이 일반적으로 이후 ‘회복기’로 이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BofA의 전략가들은 또 지난 6월 경제 관련 6개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미 경제가 조만간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BofA는 EPS 수정폭이 4월에 마이너스 약 25%로 저점을 찍은 뒤 6월 마이너스 5%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개선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1분기 GDP가 위축됐으나 선행 추정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년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생산지수는 6월에 50.3으로 상승했다. 이는 제조업 활동이 확장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그보다 작으면 경기 수축을 나타낸다.
BofA는 여러 경기선행지표의 연간 기준 개선 신호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경기회복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다가 재화 및 서비스 부문의 ‘설치된 생산 능력’(installed productive capacity) 활용률도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된 생산 능력이란 특정 설비나 시스템이 단위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말한다. 이는 기업이나 국가 경제활동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기업 부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됐다. 이는 투자자 신뢰가 높아지고 기업의 금융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격차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